2026년 07월 07일 (화)

오젬픽만 믿었는데…심장병 위험 줄인 사람들에겐 공통점 있었다

GLP-1 시대에도 생활 습관 따라 심혈관 결과 달라졌다…당뇨 환자 9만 8천 명 추적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다가 깜빡 잠든 중년 여성. 오젬픽 등 GLP-1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생활 습관에 따라 심혈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 1회 오젬픽 주사를 맞기 시작한 지 석 달째다. 혈당은 확실히 잡혔다. 체중도 조금 빠졌다.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저녁 산책은 하루 빠져도 되겠지.’

그런데 9만 8000명을 추적한 미국 연구는 그 판단이 심장 건강에는 꽤 값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약 써도 결과 달랐다

2형 당뇨는 췌장이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는 병이다. 30세 이상 한국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으로, 대부분이 2형 당뇨다. 당뇨 없는 사람보다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2~4배 높아 혈당 관리 못지않게 심혈관 보호가 치료의 핵심 목표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영양학과 프랭크 후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란셋 당뇨·내분비학(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연구 결과를 2월 내놓았다. 연구팀은 미국 재향군인부가 100만 명 이상의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유전자·생활습관·건강 정보를 수집해온 '밀리언 베터런 프로그램(MVP)'의 전자건강기록·설문·처방 데이터를 활용해 2형 당뇨 환자 9만 8000여 명을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추적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강 습관은 ▲건강한 식단 ▲규칙적 운동 ▲금연 ▲충분한 수면 ▲절주 ▲스트레스 관리 ▲사회적 연결과 지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미사용 등 8개였다. 오피오이드 미사용은 만성통증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가 과잉 처방되는 현지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GLP-1 약물을 쓰면서 이 중 6~8가지를 함께 지킨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 위험이 43% 낮았다. 반면 생활 습관을 충분히 지키지 않은 약물 사용군에서는 위험 감소 폭이 16%에 그쳤다. 같은 약을 써도 생활 습관을 지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차이가 그만큼 벌어졌다.

프랭크 후 교수는 “GLP-1이 강력한 치료제로 자리 잡은 지금도 생활 습관은 당뇨 관리와 심혈관 위험 감소의 핵심이며, 약의 효과를 크게 증폭시킨다”고 강조했다.

운동만 해도 막을 수 있었던 합병증 있다

같은 결론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브라질 리우그란지술연방대·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전 세계 당뇨 환자 230만 명을 분석, 1월 《스포츠·건강과학 저널(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이 던진 질문은 간단했다. 당뇨 환자들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운동량인 주 150분, 즉 빠르게 걷기 수준의 중강도 활동을 꾸준히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합병증이 얼마나 될까.

분석 결과 그 비율이 적지 않았다. 뇌졸중은 10명 중 1명꼴(10.2%), 심부전은 7.3%, 당뇨에 따른 시력 손상인 당뇨망막병증은 9.7%였다. 운동 부족 하나만 해결했어도 이 합병증들을 평균 10명 중 1명꼴로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나탄 페테르 박사는 “당뇨 합병증은 피할 수 없다고들 생각하지만, 이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뭘 바꿔야 하나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저녁 식사 후 10분만 걸어도 식후 혈당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근육이 포도당을 직접 태우기 때문이다.

하루 30분을 한 번에 걷지 않고 10분씩 세 번으로 나눠 걸어도 혈당 관리 측면에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세 번 스쿼트나 탄력 밴드 운동을 더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근육량이 늘수록 같은 인슐린으로 더 많은 포도당을 처리할 수 있어 혈당 조절에 유리한 체내 환경이 만들어진다.

밥상에서는 순서 하나만 바꾸자. 흰밥을 먹기 전에 나물 한 젓가락, 두부 한 조각을 먼저 집는 것이다. 채소와 단백질이 위장에 먼저 자리를 잡으면 탄수화물 흡수 속도가 느려진다. 일본 가나자와(金澤)대 등 여러 연구팀이 이 식사 순서만으로 식후 혈당 최고치가 낮아진다고 밝혔다.

수면은 7~8시간이 적정 구간이다. 하루 6시간을 자지 못하면 코르티솔이 올라가고 공복 혈당도 높아진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고 나서도 늘 피곤하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이 있다면 아무리 약을 써도 혈당 조절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스트레스도 혈당을 직접 올린다. 직장 압박이나 걱정이 계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간에서 포도당이 쏟아진다. 약이 혈당을 낮추는 사이 스트레스가 혈당을 높이고 있다면 두 힘은 상쇄된다.

혼자 지내는 시간 길수록 혈관 낡는다

하버드 연구에서 눈길을 끈 항목은 ‘사회적 연결과 지지’가 독립적으로 심혈관 보호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사람 사이의 연결이 혈관 건강을 지킨다는 연구들에 힘을 보태는 내용이다.

왜 그럴까. 만성적인 고립감은 몸속 염증 반응을 높인다. 이 염증이 지속되면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동맥경화와 심혈관병 위험이 올라간다. 퇴직 후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거나 자녀가 독립하고 나서 대화가 줄었다면 그 고립감이 혈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규칙적인 가족 대화, 친구와 가벼운 외출, 동네 산책 모임은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다. 만성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 증가로도 이어진다.

약을 맞기 시작한 그 순간 중요한 이유

두 연구 모두 관찰 연구다.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원인을 직접 증명하는 임상시험이 아니라, 실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오랜 시간 따라가며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다.

하버드 연구는 대상자 94.7%가 남성 재향군인이었다. 여성과 일반 당뇨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인종·성별 하위 분석에서도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관심과 처방이 늘고 있다. 혈당이 잡히고 몸이 가벼워지면 운동과 식단의 고삐를 놓기 쉽다. 두 연구에 따르면 바로 그 순간이 위험하다.

생활 습관이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약도 제 힘을 발휘한다. 약을 맞기 시작한 그 순간은 습관을 내려놓아도 되는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단단히 붙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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