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전이성 췌장암에서 생존기간 연장과 완전관해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임상 데이터가 나왔다. 난치암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이 실제 환자 대상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치료 반응을 보였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전이성·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네수파립(Nesuparib, JPI-547) 임상 1b/2상 가운데 1b상 일부 결과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발표 전 초록을 통해 공개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네수파립의 실제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수파립은 탄키라제(Tankyrase) 억제와 합성치사 기반 작용을 결합한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합성치사는 암세포가 특정 유전자 손상이나 복구 결함을 가진 상태에서 또 다른 생존 경로를 차단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전략이다. 네수파립은 이러한 작용을 통해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에 관여하는 경로를 동시에 겨냥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초록에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수집된 분석 결과가 담겼다. 연구는 전이성 진행성 췌장암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 환경에서 진행됐다. 네수파립을 기존 표준치료인 젬시타빈·냅파클리탁셀 병용요법(GemAbraxane) 또는 mFOLFIRINOX와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GemAbraxane 병용군에서 확인됐다. 이 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3.8%, 질병조절률(DCR)은 92.3%로 나타났다. 객관적반응률은 치료 후 종양이 일정 수준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을 뜻하고, 질병조절률은 종양이 줄거나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한 지표다.
특히 GemAbraxane 병용군에서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1명에게서 표적 병변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이 환자는 전체생존기간이 3년을 넘긴 상태로 장기 생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 시 이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인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꼽힌다. 전이성 췌장암 치료에서는 종양 크기 감소뿐 아니라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중요한 평가 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분석 기준일 당시 GemAbraxane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4.2개월로 집계됐지만, 초록에서는 해당 데이터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로 추가 추적 관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FOLFIRINOX 병용군에서도 항종양 효과가 관찰됐다. 이 군의 객관적반응률은 38.5%, 질병조절률은 92.3%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7.33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8.5개월로 보고됐다. 두 병용군 모두 질병조절률이 90%를 넘었다는 점은 기존 치료로 조절이 어려웠던 전이성 췌장암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존 표준치료 성적과 비교해도 후속 연구의 근거가 될 만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이성 췌장암 1차 치료에 쓰이는 GemAbraxane 요법은 글로벌 임상 MPACT 연구에서 객관적반응률 23%, 질병조절률 48%,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8.5개월 수준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번 네수파립 병용 데이터는 초기 임상 단계의 제한적인 결과인 만큼,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앞서 비임상 연구에서 네수파립의 암세포 전이 차단과 내성 억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ASCO 2026 초록 공개는 이 같은 기전이 실제 환자 대상 임상에서도 치료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초기 단계라는 의미가 있다.
네수파립의 개발 범위는 췌장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 후보물질은 췌장암,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소세포폐암 등 3개 암종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이번 데이터를 계기로 네수파립의 다암종 치료제 가능성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논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는 GemAbraxane과 네수파립 병용요법의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다. 회사 측은 전이성 췌장암이 대표적인 난치암 영역인 만큼 완전관해 사례와 3년 이상 장기 생존 데이터가 네수파립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라며, 후속 임상에서 치료 잠재력을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