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 1일부터 일부 대장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가 처음 적용됐다. 특정 유전형(MSI-H)을 가진 전이성 대장암, 즉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4기 환자가 대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키트루다 단독요법 기준 환자 부담은 연간 약 7302만 원이지만, 본인부담률 5%를 적용하면 약 365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현재 보험 적용 대상은 수술이 어렵거나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들이다.
그런데 이 약을 수술 전에 먼저 쓰면 어떨까.
영국 연구진은 순서를 바꿔봤다. 말기 단계에서 쓰이던 면역항암제를 더 이른 치료 단계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가 영국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NEOPRISM-CRC(수술 전 펨브롤리주맙 투여 임상)'이다.
수술 전 9주 투여…33개월 재발 ‘0명’
연구팀은 종양에서 특정 유전형(MMR 결핍/MSI-H)이 확인된 2~3기 대장암 환자 32명에게 수술에 앞서 약 9주 동안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을 세 차례 투여했다. 이 유전형은 대장암 환자 10명 중 1~2명에서 나타난다.
이 유전형의 종양은 DNA 오류를 복구하는 기능(MMR)에 결함이 있어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한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DNA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구간이 불안정해지는데, 이를 MSI-H(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쉽게 인식해 면역항암제 반응도 강하게 나타난다.
통상 대장암 환자는 먼저 수술한 뒤 3~6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서는 수술 전 펨브롤리주맙을 약 9주 동안 투여했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환자의 59%에서는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병리학적 완전 반응(pCR)이 나타났다. 나머지 환자들에게 남아 있던 종양은 수술로 제거됐다. 2022년 시작된 이 임상에서 최장 33개월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재발 환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UCL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표준 치료군의 3년 내 재발률이 약 25%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석 연구자 카이킨 시우 UCL암연구소 박사는 "혈액 속 종양 DNA가 사라진 환자일수록 장기 무재발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수술 없이 암 사라진 MSI-H 직장암
같은 유전형 직장암에서는 면역치료만으로 암이 사라져 수술을 받지 않은 사례들이 이미 보고된 바 있다.
2022년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 세르체크 박사팀은 직장암 환자 12명에게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전원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임상적 완전 반응(cCR)을 확인했다고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수술 없이 경과를 지켜봤는데도 재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은 같은 유전형 대장암 환자에서 병리학적 완전 반응률 90%를 보고했고, 2025년에는 MSK 연구팀이 같은 유전형 고형암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직장암에서는 82%, 다른 고형암에서는 59%의 임상적 완전 반응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앞선 연구들이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없이 치료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NEOPRISM-CRC의 초점은 수술 자체를 없애기보다 수술 전 면역치료로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맞춰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내 종양이 MSI-H인지 확인하는 이유
올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대상은 전이성(4기) 환자다. 반면 이번 NEOPRISM-CRC는 수술 전 단계의 2~3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2명 규모의 2상 임상인 만큼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려면 더 큰 규모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유전자 검사로 내 종양이 MSI-H 또는 MMR 결핍 유전형인지 지금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담당 의사에게 MSI-H 또는 MMR 결핍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유전형에 해당하면 치료 전략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