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은퇴 후 어디서 살까… ‘이것’ 바뀌면 사망 위험 높아진다고?

의사 바뀐 당뇨 환자, 사망 위험 2.5배…9개국 22개 연구서 반복 확인

집 근처 공원을 걷고 있는 노년 부부. 은퇴 후 거주지를 옮길 때는 생활 환경뿐 아니라 기존 병원과의 거리, 진료 연속성 유지 여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용한 데로 옮겨 살까 고민 중이야. 이제는 덜 복잡한 곳에서 지내고 싶어."

어버이날을 앞두고 모인 자리에서 부모가 꺼낸 말에 자녀들은 쉽게 답하지 못한다. 오래 살아온 집과 생활 기반을 한 번에 옮기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어디에서 살 것인가. 많은 사람이 생활 여건과 주변 환경을 먼저 떠올리지만 건강에 영향을 주는 기준은 따로 있다. 공기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의료진과 진료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다.

은퇴지 선택, 뭘 먼저 봐야 할까

은퇴지를 고를 때 흔히 병원이 가까운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지금 다니는 병원을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느냐다. 현재 이용 중인 의료기관을 무리 없이 오갈 수 있는 거리인지, 같은 진료 체계 안에서 관리가 유지될 수 있는지, 응급 상황에서도 기존 의료진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는 대형 의료기관과 지역 병원이 연결돼 있어 기존 진료를 유지하기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휴양형 지역은 생활 환경은 쾌적하지만 다녔던 의료기관과 거리가 멀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병원 바꾸면 왜 결과가 달라졌나

실제로 진료가 끊길수록 건강 결과가 나빠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핀란드 헬싱키대 일반의학·1차의료과 연구팀은 2025년 영국 일반의학 학술지 《BJGP 오픈(BJGP Open)》에 핀란드 당뇨병 환자 1만1020명을 7.3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진료 연속성이 전혀 없는 집단의 표준화사망비(같은 연령·성별 일반 인구 대비 사망 위험 비율)는 2.46으로, 같은 연령대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이 2.5배 높았다.

연구팀은 "진료가 아예 끊긴 상태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건강이 너무 나빠 병원을 찾지 못했거나 요양시설로 이탈한 환자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속성이 지나치게 높은 집단에서 사망률이 다시 올라간 현상 역시 중증 만성병 환자가 같은 의사를 더 자주 찾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축적, 만성병 관리의 일관성, 처방을 더 잘 지키게 되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손꼽았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현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미국 가정의학 학술지 《가정의학연보(Annals of Family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건강보험 전국 표본 중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신규 진단 환자 4만7433명을 5년간 추적했다. 진료 연속성이 낮은 집단은 높은 집단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2%, 심혈관 사망 위험이 30%,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57%, 뇌졸중 발생 위험이 44% 높았다.

이 밖에 영국 엑서터대가 9개국 22개 연구를 체계적 문헌 고찰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18개(82%) 연구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기록만 넘어온다…치료 맥락 사라진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진료 기록은 전산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숫자와 검사 결과만으로는 치료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같은 환자를 오래 본 의료진은 이전 반응과 판단을 기억, 다음 진료에 반영한다. 반면 새로운 의료진은 이를 다시 해석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영향은 더 커진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앓는 만성병은 1인당 평균 2.2가지이고, 3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가 35.9%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 환자의 다제약물 처방률은 64.2%로 OECD 평균(50.1%)을 크게 웃돈다.

여러 만성병을 동시에 관리하는 단계에서는 약 조정, 검사 해석, 치료 우선순위 모두 이전 진료 경험이 기준이 된다. 진료가 끊기면 이 모든 판단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은퇴지는 공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다니는 병원과 연결된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도 같이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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