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에도 산과 들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생 진드기, 즉 참진드기에 물리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외에서 참진드기에 물린 뒤 라임병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물론 ‘포유류 육류 알레르기(MMA)’에 걸릴 수 있으며, 이 육류 알레르기 환자가 호주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참진드기에 의한 포유류 육류 알레르기(MMA) 환자가 2020년 이후 호주에서 매년 약 22%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드니 북부 등 참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700명 이상의 발생률을 기록하며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주입하는 당 분자인 알파갈(Alpha-gal)이 면역 체계를 다시 학습시켜 소, 돼지, 양 등 포유류의 붉은 고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특히 호주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2024년)를 보면 심장마비를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파갈 항체를 보유할 확률이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참진드기에 물려 생긴 알파갈 항체는 혈관 안에 염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영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참진드기 매개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참진드기는 라임병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처럼 특정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로만 인식됐다. 이 두 가지 감염병은 모두 참진드기에 물리면 걸린다.
다만 라임병은 세균(보렐리아 균)에 의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바이러스(SFTS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며 전자는 피부 발진, 후자는 소화기 증상을 주로 나타낸다. 특히 SFTS의 치명률은 18.7%로 매우 높다. 이번 연구는 참진드기가 우리의 식생활을 통해 심혈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알레르기 반응이 다소 늦게 나타나는 ‘지연성’이다. 일반적인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자마자 반응이 오지만, 참진드기에 의한 알파갈증후군은 3~6시간 뒤에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환자들이 산에서 내려와 저녁 회식 후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온몸을 긁으며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시차 때문에 환자들은 알레르기의 원인이 고기라는 사실을 모른 채 심장에 무리를 주는 식사를 계속할 수 있다.
참진드기 물림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한국에서는 참진드기에 물려 걸리는 SFTS 환자가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21일 울산 지역에서 발생했다. 호주 참진드기와 한국 참진드기는 종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참진드기에 물려 ‘포유류 육류 알레르기(MMA, 알파갈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 등에서 참진드기에 물린 뒤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3일부터 전국 26곳을 대상으로 ‘2026년 참진드기 발생 감시 사업’에 들어갔다. 2025년 감시 결과를 보면 국내에 서식하는 참진드기 중 작은소피참진드기가 전체의 95.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피참진드기는 3.7%, 일본참진드기는 0.2%였다. 월별 참진드기 지수는 8월(63.5)과 9월(53.6)에 가장 높고, 5월(29.0)부터 급격히 상승한다. 한편 야외가 아닌 실내의 침구, 소파, 카펫 등에 사는 진드기는 집먼지진드기다.
참진드기가 일으키는 병이 정말 무서운 것은 높은 사망 위험 때문이다. 한국의 SFTS 치명률은 약 18%나 된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참진드기 물림 예방 수칙= 산, 들, 논밭, 풀숲, 공원 등에서 야외 활동을 하기 전에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바지 끝단은 양말 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옷과 노출된 피부에는 진드기 기피제(이카리딘, DEET 성분)를 미리 뿌려두는 것이 좋다. 풀밭 위에 직접 앉거나 눕지 말고 반드시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며, 지정된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게 주의한다.
집에 돌아오면 즉시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 속이나 귀 뒤 등 몸 전체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야외에서 입었던 옷은 다른 의류와 따로 분리해 바로 세탁한다. 만약 진드기에 물린 것이 확인되면 억지로 떼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진드기에 물린 부위가 깨끗해도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물린 부위의 발진이나 가려움은 금방 사라질 수 있지만, 몸 안에 생긴 알파갈 항체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보다 혈액 속에 남은 면역 체계의 변화가 더 중요합니다.
Q2. 고기 대신 생선이나 치킨은 먹어도 괜찮은가요?
A2. 다행히 그렇습니다. 알파갈 성분은 소, 돼지, 양 같은 포유류에게만 존재합니다.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생선, 해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다만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사람은 젤라틴이 포함된 알약 캡슐이나 약물에도 반응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3. 진드기를 쫒는 기피제를 뿌리면 100% 안전한가요?
A3. 기피제는 효과적인 방어 수단일 뿐입니다. 진드기를 죽이는 약은 퇴치제(살충제)입니다. 야외 활동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 속, 귀 뒤, 사타구니 등 접히는 부위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몸에 붙은 진드기를 발견하고 핀셋으로 함부로 떼내면 안 됩니다. 에테르 성분의 스프레이로 얼려 죽인 뒤 없애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