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지역 의료의 최전선을 지켜낸 대구는 이제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다. 감염병 위기 대응의 경험 위에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결합한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최근 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회장이 있다. 현재 민 회장은 8월 열리는 2026 대구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를 발판으로 의료·AI·바이오로 완성하는 ‘건강도시 메디시티 대구’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의료와 기술, 도시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의료를 단순한 ‘치료’ 가 아닌 ‘도시를 지탱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민 회장이 설계하는 건강도시 대구 의료의 다음 단계를 직접 들어봤다.

-대구시의사회는 어떤 조직인가요?
“코로나 당시 전 세계적인 ‘K-방역’의 모델을 만든 주역인 대구시의사회는 규모는 수도권에 비해 크지 않지만 강한 결속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위기와 변화를 동시에 돌파해온 조직입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장기적으로 일본 효고현 등의 의사회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를 잇는 해외 의료 봉사, 지역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봉사 그리고 ‘메디시티 대구’로 대표되는 지역 의료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에서도 독특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의료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인데.
“마스터즈대회는 단순한 국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건강도시 메디시티 대구’를 넘어 첨단 기술이 집약된 ‘AI 바이오 메디시티’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스포츠와 첨단 의료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미래 도시의 표본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일 쇼케이스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의료 모델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완결형 의료지원 시스템’입니다. 경기장 중심의 즉각적인 응급 대응, 지역 거점 병원 간의 실시간 연계, AI 기반의 건강 모니터링 체계 등 세 가지 축이 단절 없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AI 기반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방대한 생체 데이터 중심의 맞춤형 의료지원,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스마트 응급 대응체계 등 미래의료시스템 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것입니다.”

-국제행사 경험이 실제로 이런 시스템 구축에 큰 도움이 됩니까?
“결정적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특히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의 의료지원 경험은 대구·경북 의료 시스템의 훌륭한 실전 검증 무대였습니다. 당시 산·학·의 연계 추진단을 꾸려 각국 정상과 경제대표단을 상대로 AI 진단과 항노화 시술이 결합된 K-뷰티·메디컬 융합 서비스를 총괄했는데, ‘의료는 감(感)이 아니라 정밀과학’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2026 대회의 의무지원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경주 APEC 때 입증했던 것처럼, 완벽한 무결점 의무지원입니다. 수만 명이 한데 모이는 역동적인 현장이지만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 한 건의 의료 공백이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 거미줄 같은 의료망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또한 수많은 해외 유입 인구로 인해 언제든 감염병 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노출될 수 있기에,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그 변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방역의 핵심입니다.”

-방역하면 코로나 때가 떠오르는데 민 회장님은 팬데믹을 맨 먼저 예측하지 않으셨습니까?
“2020년 1월 중국 의사들과 주고받는 임상 데이터를 보며 숫자의 움직임에 ‘방향성’이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지수함수처럼 폭발적으로 치솟는 감염병 팬데믹의 전형적 패턴이었죠. 중앙에서는 감기 수준이라 치부했지만 저는 대구시에 즉각 팬데믹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습니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을 통째로 비워 국내 최초의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5300여 명의 자택 대기 환자들을 모니터링해 ‘후각 상실’이 초기 주요 증상임을 동료의사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규명해 내면서 데이터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K-의료관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대구 의료관광 성공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요?
“위기를 딛고 일어선 대구의 서사를 K-의료관광을 세계로 재도약시키는 강력한 엔진 삼아 대구라는 도시 전체를 ‘안전하고 선진적인 메디컬 스탠더드’의 브랜드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주요 거점과 단단한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의 복원 및 구축’, 단순 관람을 넘어 학술 교류와 스포츠 행사를 결합한 ‘융복합 브랜드 전략’, 정밀한 타깃 마케팅을 위한 ‘디지털 기반 홍보’등의 전략이 더해지면 대구의 수준 높은 의료 인프라를 세계인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의 강력한 무기인 ‘K-뷰티’의 시너지 모델은 어떤 형태가 될까요?
”대구는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한방, 모발, 화장품 등 뷰티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점과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중증 질환 ‘치료 중심 의료’에 이 K-뷰티 역량을 매끄럽게 연결함으로써 건강 회복과 미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고부가가치 ‘메디컬+뷰티 융합 모델’을 마스터즈육상대회를 기점으로 확실히 완성할 계획입니다.”
-최근 대구시가 ‘웰니스관광 클러스터’에 선정됐는데 의료관광 파이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 전략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올인원 토탈 헬스케어’, 즉 ‘웰니스(Wellness)’로 전체적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을 넓혀야 합니다. 대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라는 타 시도에는 없는 강력한 구심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이 도심에 밀집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모든 의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과 기업, 관이 지속적으로 소통해 웰니스 의료기기와 기술을 공동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데이터와 AI가 뒷받침하는 ‘정밀 의료 생태계’를 지역 사회가 함께 구축할 때, 메디컬에 기반한 K-웰니스 산업이 대구의 압도적인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뼈아픈 코로나19 이후, 대구 의료관광 산업의 회복세에 대한 현장의 체감은 어떻습니까?
“아직 완전한 회복, 나아가 흑자 전환까지는 현장에 산적한 과제가 많습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구는 한강 이남 최고 실적을 뽐내며 3만 명 고지를 돌파했지만 팬데믹으로 10년 이상 구축해 온 에이전시 및 병원과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뼈아프게 단절됐습니다. 과거 인천공항에 통역관이 마중을 나가 중동, 러시아 환자를 KTX로 모셔 오던 훌륭한 밀착형 인프라도 예산 삭감으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중동전쟁 등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지만 외국인 환자 유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지금, 끊어진 연결고리를 복원하고 인프라에 재투자해 속도를 내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현재 대구 의료계의 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로 평가하십니까?
“현재로서는 75점 정도라고 봅니다. 우리는 혹독했던 COVID-19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위기 대응 능력을 국제적으로 철저히 검증받았고 APAAC, APEC 등 여러 국제행사를 치르며 시스템의 기초 완성도를 다졌습니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부족한 25점을 채워 대구의 의료 시스템을 완벽한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으로 끌어올리는 정교한 튜닝 단계가 남았습니다.”
-끝으로 대구가 진정한 ‘건강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료계의 헌신, 산업계의 기술력, 행정기관의 지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행정만으로도, 의료 단독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명체이자 통합 시스템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만 진정한 메디시티가 완성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