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건강정보 넘치는데 왜 결과는 달랐나…사망 위험 53배, 답은 ‘이것’

세계 보건의 날, WHO “근거 선택·사실 신뢰”…인포데믹 속 ‘판단 기준 붕괴’ 경고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성. 다양한 정보가 제시될수록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건강 정보를 찾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앞두고 이런 흐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누구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다른 누구는 목숨을 잃는다. 치료법이 아니라 무엇을 믿고 선택하느냐가 이런 차이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보가 많을수록 왜 판단은 더 어려워질까

건강 정보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검색 몇 번이면 수십 가지 방법이 쏟아진다.

문제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판단 기준은 오히려 흐려진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주장과 상반된 설명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어떤 정보가 정확한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이를 ‘인포데믹(infodemic)’이라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유행 중 디지털·물리적 환경에서 정확하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나는 현상으로, 혼란과 위험 행동을 유발하고 건강 당국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정의한다.

옳고 그른 정보가 뒤섞이면서 무엇을 믿고 따라야할지 모르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것만 하면 된다’…왜 이 말이 더 잘 먹힐까

빠른 판단과 결정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복잡한 의학적 설명보다 “이것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더 빠르게 퍼진다. 디톡스나 특정 영양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확산된다.

다만 인체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간과 신장은 해독 기능을 맡고 있으며, 특정 식품이나 방법 하나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 역시 제한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러 질환을 동시에 치료한다거나 ‘기적의 치료’를 내세우는 제품은 사기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건강보조식품 사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수행하는 국가건강영양조사 2017~2020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약 57%가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식품보충제협회가 2022년 유럽연합(EU) 14개국 성인 1만32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핀란드와 덴마크는 복용률이 50%를 넘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약 5% 수준에 그쳤다. 지중해식 식단 문화권인 이탈리아는 신선 채소·올리브유·생선 등 식품을 통한 영양 섭취 전통이 강해 보충제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조사 방식의 한계도 있다. 하루치 식사를 기억에 의존해 기록하는 방식을 쓴 탓에, 특정 계절에만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이 통계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안전 감시는 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 치바 쓰요시 박사 연구팀이 소비자, 의사, 약사 등 총 37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뉴트리션 저널(Nutrition Journal)》, 2017)에서 소비자 2732명 중 약 8.8%가 설사, 변비, 복통, 두통, 구역질 등 이상반응을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대부분은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CDC와 FDA 연구진이 2004~2013년 전국 63개 응급실 데이터를 분석해 2015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 이상반응으로 연간 약 2만3005건의 응급실 방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물리치료사와 환자가 치료 방법을 상의하는 장면. 환자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회복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바이러스, 왜 어떤 사람은 살고 어떤 사람은 죽었나

코로나19 유행 당시 미국에서는 백신 안전성과 효과를 둘러싼 불신과 정치적 갈등이 겹치며 접종 거부 흐름이 확산됐다.

CDC가 전국 25개 관할지역 데이터를 분석해 2022년 미국 CDC가 발간하는 《주간질병사망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MMWR)》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 유행 시기(2021년 10~11월) 미접종자의 사망률은 기본 접종 완료자보다 약 12.7배, 부스터 접종자보다 약 53.2배 높게 나타났다.

결과는 분명했다. 같은 바이러스 앞에서도 생존과 사망은 엇갈렸다. 결정적 변수는 백신 접종 여부였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것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메시지가 빠르게 퍼지는 동안 검증된 정보는 뒤로 밀린다. 판단이 늦어지면 치료 시점을 놓치기 쉽고, 한번 어긋난 선택은 되돌리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올해 WHO는 세계 보건의 날 주제로 '건강을 위해 함께, 과학과 함께 서자'(Together for health. Stand with science.)를 내세웠다. 건강 판단의 기준을 과학적 근거에 두자는 메시지다. 아울러 '근거를 선택하고 사실을 신뢰하며, 사람과 동물, 지구를 위해 과학을 따르라'(Choose evidence. Trust facts. Support science-led health, for people, animals, and the planet.)는 행동 지침도 내놓았다.

세계 보건의 날은 WHO 헌장이 발효된 1948년 4월 7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1950년부터 매년 특정 주제를 내걸고, 전 세계가 함께 주목해야 할 건강 문제에 대한 행동을 촉구한다.

전문가들은 건강 정보를 판단할 때 ▲의료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시한 내용인지 ▲여러 질환을 한 번에 해결한다고 주장하지 않는지 ▲단기간 효과를 보장하는 표현이 없는지를 먼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하고 빠른 답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국 건강의 유지와 회복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느냐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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