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 수술은 우리 아기의 소중한 부위를 건드리기에 가장 소문난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잘한 판단이었어요. 집도의 선생님이 그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반대쪽 구멍도 찾아 한 번에 치료해 주셨으니….”
“여자처럼 가슴이 봉긋하게 나오는 ‘여유증’으로 6년 가슴앓이를 했지요. 수영은커녕 반팔 옷도 못 입었어요. 크로스백이나 안전벨트를 멜 때면 너무 부끄러웠는데 수술 받고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담소유병원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환자들의 자발적 후기들이 가득하다. 포털 사이트의 환자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신생아 탈장 수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곳 있나요” “여유증, 부유증은 어디에서 수술 받아야 해요?” 등을 묻는 글에 어김없이 ‘담소유병원’이 들어간 댓글이 달린다.
이처럼 엄마들에겐 아이돌 스타만큼 유명한 담소유병원은 담낭, 소아, 유방의 앞 글자에서 따서 이름을 지었다. 2012년 9월 고려대의료원에서 외과를 전공한 이성렬 박사가 아이들이 하루 만에 치료 받을 병으로 몇 번씩 내원하며 힘들어하는 현실을 극복하려고 지은 병원. 병원 이름이 탈장이 중간에 들어간 ‘담탈유병원’으로 정해질 뻔했지만, 이 원장 부인의 제안에 따라 ‘순화’됐다.

이 병원은 탈장, 음낭수종, 여유증, 부유방, 담석증 등 환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수술 실력은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으면서 진료, 수술, 퇴원이 하루 만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암 환자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함께 받아야 할 때가 많아 대학병원을 찾아야 하겠지만 탈장, 담낭 등 그럴 필요가 없는 외과 질환도 많습니다.”
외과 전문의가 ‘환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기’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원데이 수술’을 시행하자 금세 소문이 났다. 1년 만에 ‘소아 탈장 복강경 수술 최다 기록’이 한국기록원(KRI)에 의해 인정됐고 다음 달엔 국내 최초 소아 탈장 복강경 수술 1000례를 돌파했다. 환자들이 밀려오는 바쁜 병원이지만 운영 측면에선 의료계 통념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 병원은 전문병원 인증을 받지 않아 ‘탈장 전문,’ ‘담낭 전문’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다. 정부로부터 전문병원 인증을 받으면 마케팅에 크게 도움이 되고 전문병원 관리료, 의료질 평가 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그 혜택을 포기한 것.
“우리나라 외과 전문병원은 60병상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금 담소유병원은 30병상입니다. 건물 규모로는 100병상까지 늘릴 수 있지만 ‘환자 중심’이라는 우리 철학에 어긋납니다. 비좁은 병실로 환자가 불편해지면 안되니까요.”
원데이 수술도 눈앞의 수익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환은 환자가 외래 진료를 보고 수술 전 검사를 시행하면 수가를 받지만 수술 당일 검사를 하면 받지 못한다. 병원 수익만 놓고 보면 환자를 여러 번 진료를 보면 되지만 환자 편의라는 더 중요한 가치를 좇은 것이다.
이 병원에 오면 곳곳에서 ‘환자 중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어린이 맞춤 진료 시스템’을 구축, 소아 전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어린이 통증을 누그러뜨리고, 가장 최신의 ‘소아 전용 복강경 기구’로 수술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울어도 눈치 볼 필요 없는 ‘1인실 소아병동’도 운영하고 있다.

담소유병원의 ‘환자 우선주의’는 뛰어난 연구 업적과도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SCI 논문 43편을 발표했는데 탈장, 부유방, 여유증 분야의 최다 실적이다. 이 원장은 보건복지부장관 우수논문상, 서울시 의사회 학술상, 고려대 의대 고의의학상 등 숱한 상을 받았다.
미국외과학술원 정회원(FACS)인 이 원장이 연구에 앞장섰다. 개원 초기엔 자신을 비롯한 의료진에게 매달 해외 학술지를 연구한 뒤 논문을 쓰는 규칙을 만들어 솔선수범했다. 현재는 동료 의료진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자 자율적인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자발적으로 매일 늦게까지 연구하고 쓴다.
“명성을 떨치거나 업적을 쌓겠다는 목표로 연구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려면 최신 요법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연구하고 씁니다. 아무리 많은 수술을 집도했더라도 저 또한 모르는 부분은 늘 존재하니까요. 환자의 재발과 합병증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선 의사도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는 “선배의 경험이 늘 정답이 될 순 없으며, 교과서와 최신 연구 등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진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원칙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있다. 예를 들어, 탈장 수술 전 아스피린 복용 환자에게는 출혈 위험을 이유로 보통 1주일 정도 아스피린 복용 중단을 권고하지만, 이 원장은 복용을 갑자기 멈추진 말라고 지시한다.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해야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최신 미국 연구 결과를 참고해 내린 결정이었다.
또,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면 서혜부 탈장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특정 환자군에겐 복강경 수술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실제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해당 환자 150명에게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를 활용해 2편의 SCI 논문를 발표했고, 추가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이 원장의 연구는 철저한 환자 데이터 관리에서 시작된다. 이 원장은 매일 수술 환자들의 데이터를 날짜별로 엑셀에 꼼꼼히 정리해둔다. 환자의 증상 발생 시점, 수술 시간, 기타 다양한 변수 등을 모두 기록해두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이 병원장이 근거 중심의 자신감 있는 진료를 펼쳐나게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진료 뒤 늦은 밤까지 데이터를 정리했고,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아도 그날 진료 데이터는 반드시 당일 처리했다.
담소유병원은 ‘환자 중심 병원’답게 진료와 수술에 대한 안내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의료진은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를 진료실로 초청해 20~30분 수술 방법과 과정, 시간 등을 설명한다. 파워포인트 자료와 영상, 수술 사진 등을 보여주고 수술 후에도 수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며 과정을 공유한다.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되는 이러한 서비스는 전문의와 1분도 채 대화하기 힘든 대학병원 의료 현장에선 상상하기도 힘들다.
“우리 병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술은 다 촬영되며, 모든 기록을 데이터로 잘 정리해 모아둔다”며 “이 기록은 수술 안전을 염려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물론, 추후 환자들에게 합병증이 생기거나 했을 때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때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실 역시 환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됐다. 담소유병원은 미세 입자를 제거하는 HEPA 필터와 외부 오염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양압 시스템을 갖춘 ‘고도 청결 무균 수술실’을 운영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 공기 흐름까지 정밀하게 제어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그는 “의료기관에는 수술실 환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시스템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병원을 외과 전문의 5명,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3명의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성장시키며 지금도 매일 15명 정도의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원장이 수술한 소아 탈장 환자만 무려 1만 8000여 명.
그는 외과 의사로서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꼬맹이 환자가 “병원장님 사랑해요”라고 대뜸 고백하면 무장해제돼 아이의 볼을 마구 꼬집곤 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정확하고 확실한 진료를 약속하며 수술비와 입원비를 받지만, 수술이 끝난 뒤엔 수술비보다 2배는 더 비싼 패딩을 사서 보내주는 의사다. 그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며 가장 중시하는 세 가지를 꼽았다.
“제일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수술 시스템 자체가 안전해야 하죠. 그 다음, 집도의는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합병증이나 재발되는 환자를 1명이라도 더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반드시 검증된 정보,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환자에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