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암 주사 한 방, 다른 종양도 사라졌다

[바이오키워드] 전신 면역 깨운 CD40, 초기 임상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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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면역 시스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십 년간 가능성은 컸지만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면역항암 전략이 있다.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면역 활성화 물질인 CD40 작용제 항체다. 면역세포를 강하게 깨워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방식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았고 전신 염증, 혈소판 감소, 간 독성 같은 부작용도 문제였다. 그런데 최근 이 약물을 새롭게 설계하고, 혈관이 아닌 종양 안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놀라운 초기 결과가 나왔다. 전이성 암 환자 12명 중 6명에서 종양이 줄었고, 2명은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연구는 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미국 록펠러대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 연구진이 주도했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캔서 셀(Cancer Cell)≫ 2025년 10월 13일자에 실렸다.

CD40가 뭐길래

CD40는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다. 여기에 신호가 들어오면 면역계가 한층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는 힘이 커진다. 쉽게 말해 면역세포의 ‘시동 버튼’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CD40를 자극하는 항체 약물은 오래전부터 유망한 면역항암 후보로 꼽혀 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존 약물은 대개 정맥주사로 투여돼 온몸의 정상세포까지 자극했고, 그 결과 전신 독성이 커졌다. 효과는 제한적인데 부작용은 만만치 않아 개발이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연구진은 여기서 두 가지를 바꿨다. 먼저 약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새 후보물질 2141-V11은 사람의 CD40 수용체에 더 잘 결합하도록 만들고, Fc감마수용체 IIB(FcγRIIB) 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CD40 신호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손봤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이런 설계를 통해 기존보다 약 10배 강한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변화는 투여 방식이다. 약을 정맥으로 넣는 대신 종양 내부에 직접 주사하는 종양내 주사 방식을 택했다. 약효는 종양 미세환경 안에서 집중적으로 내고, 전신 부작용은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에서 독성이 비교적 경미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종양 속에 ‘작은 면역기지’가 생겼다

이번 1상 임상시험에는 흑색종, 신세포암, 여러 유형의 유방암 등 다양한 전이성 암 환자 12명이 참여했다. 초기 임상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결과는 눈길을 끈다. 12명 중 6명에서 종양이 줄었고, 그중 2명은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즉 검사상 확인되는 암이 모두 사라지는 결과를 보였다. 완전반응은 각각 흑색종 환자 1명과 전이성 유방암 환자 1명에서 나타났다. 심한 독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약을 주사한 종양만 줄어든 게 아니었다. 주사하지 않은 다른 부위의 종양도 함께 줄어들거나 사라졌다. 한 흑색종 환자는 다리와 발에 전이 병변이 여러 개 있었는데, 허벅지 종양 한 곳에만 반복적으로 주사했음에도 다른 병변들이 모두 사라졌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역시 피부 병변에만 주사했지만, 간과 폐를 포함한 다른 종양까지 소실됐다. 이는 국소 치료가 전신 면역반응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치료받은 종양 조직을 분석해 그 이유를 추적했다. 그 결과 종양 안에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T세포, 성숙 B세포가 대거 모여 있었고, 이들이 림프절을 닮은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삼차 림프구조(tertiary lymphoid structures, TLS) 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종양 속에 새로 만들어진 ‘작은 면역기지’다. TLS는 여러 암에서 면역항암제 반응이 좋고 예후가 더 나은 경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과의 의미는 단순히 종양 크기가 줄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2141-V11이 종양 미세환경을 면역반응에 유리한 상태로 바꾸고, CD8 양성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든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TLS는 약을 직접 주사하지 않은 종양에서도 관찰됐다. 이는 한 번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몸 안을 이동해 다른 종양까지 공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누가 듣는지’ 가려내는 것이 과제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새로운 표준치료의 탄생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시험은 어디까지나 1상 임상시험이다. 환자 수가 12명에 불과하고, 암 종류도 다양하다. 1상은 원래 치료 효과를 확정하기보다 안전한 용량과 작동 원리를 확인하는 단계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더 큰 규모의 후속 임상에서 재현돼야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연구진도 다음 과제로 반응 예측 지표를 꼽았다. 왜 어떤 환자는 극적으로 반응하고, 어떤 환자는 반응하지 않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완전반응을 보인 두 환자는 치료 시작 시점에 T세포 클론성(T-cell clonality) 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암 표적을 인식하는 T세포 집단이 비교적 잘 형성돼 있었던 환자일수록 치료 반응이 좋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연구진은 MSK와 듀크대 연구진과 함께 방광암, 전립선암, 교모세포종 등을 대상으로 추가 1상·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 환자는 총 200명에 가깝다. 앞으로 더 큰 연구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CD40 계열 약물은 오랫동안 실패를 반복한 면역항암 전략에서 벗어나 ‘한 종양을 자극해 전신 면역을 깨우는 치료’로 다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논문출처: Fc-optimized CD40 agonistic antibody elicits tertiary lymphoid structure formation and systemic antitumor immunity in metastatic cancer. Cancer Cell, 2025; 43 (10): 1902 DOI: 10.1016/j.ccell.2025.0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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