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황영조 vs 박세리 달리기 착지법, 누가 이길까?

[백우진의 심신 탐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박세리가 2015년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레드밀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SBS '아빠를 부탁해' 영상 캡처

달걀은 한쪽이 더 둥근 타원형이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두 소인국은 달걀을 둘러싼 논쟁 끝에 전쟁을 벌인다. 쟁점은 ‘삶은 달걀을 먹을 때 어느 쪽을 깨뜨려서 껍데기를 벗겨야 하는가’였다. 한쪽은 달걀의 뾰족한 부분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은 둥근 부분을 깨야 한다며 맞섰다.

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두 소인국처럼 비칠 두 러너 그룹이 있다. 한 그룹은 발뒤꿈치 착지가 맞다고 주장한다. 다른 그룹은 발앞 착지가 더 효율적이라며 반박한다. 논쟁이 진행되면서 온발 착지, 영어로는 미드풋(midfoot)으로 디디면 된다는 절충안이 나오기도 했다.

황영조 "발뒤꿈치부터 착지해야 부상 피해"

뒤꿈치 착지파의 대표적인 러너가 황영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황영조 마라톤 스쿨》(2004)에서 “장거리 달리기는 발뒤꿈치가 지면에 먼저 닿고, 발의 중간 부분에서 앞부분으로 닿는 면이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달려야 발목과 무릎 관절 부상을 피하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리 "나는 육상 선수 출신"이니 당연히 발앞 착지

골프 선수 박세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TV 생활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 트레이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러닝머신을 달린다. 트레이너가 박세리의 발앞 착지에 대해 조언한다. ‘달릴 때는 뒤꿈치부터 착지해야 한다’고. 그러자 박세리가 “내가 육상 선수 출신이야”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박세리는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로 뛰었다.

박세리는 단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발앞 착지를 하도록 배웠지만, 황영조 말처럼 마라톤을 비롯한 장거리 달리기에는 뒤꿈치 착지가 알맞을까?

트레이너가 박세리에게 뒤꿈치 착지를 권한 것은 약 10년 전인 2015년 9월이었다. 당시 뒤꿈치 착지가 다수파였고, 발앞 착지는 소수파였다. 이는 필자가 맨발 러너로서 발앞 착지를 하면서(맨발 러너는 뒤꿈치로 착지하며 달리지 못한다. 실내에서 한번 시도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직간접으로 조사해 파악한 ‘정세’다.

뒤꿈치 착지가 10년 전까지 대세였으나

필자가 써서 2015년 5월에 나온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에 당시 상황이 다음과 같이 담겨 있다. “발 앞부분 착지는 아직 소수파에 머문다. 내가 참고한 책 중에는 일본러닝학회가 펴낸 《건강달리기》 등만 발 앞부분 착지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 책의 필자는 장거리든 단거리든 좋은 주법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발 앞부분 착지로 풀코스 기록을 15분 단축했다고 밝혔다.”

10년이 지난 요즘, 상황이 뒤집혔다. 활자매체 기사를 검색해보면 뒤꿈치 착지가 소수파로 밀렸다. 전문가들도 뒤꿈치 착지를 위험하다며 말린다. 김용범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보폭을 너무 크게 하거나 발뒤꿈치부터 강하게 착지하는 자세는 무릎에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발은 착지 시 미드풋(발바닥 중앙)으로 부드럽게 디디는 것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출처: 경향신문, 러닝 때 무릎 관절은 체중 5배 충격 버티는 중, 2025.12.06.)

황영조는 ‘뒤꿈치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인터뷰에서 좋은 자세를 묻는 질문에 “발을 어떻게 착지를 할 거냐. 최근에 좀 많이 논란이 됐습니다”라며 “단거리 100미터를 빨리 뛸 때는 포어풋(forefoot)이라고 앞꿈치로 뛰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출처: 노컷뉴스, 마라토너 황영조 "건강한 러닝 주기? 일주일에 O번!", 2025.04.11.) 이어 미드풋을 설명했다. “그런데 요즘 미드풋 이야기 나옵니다. 전체 면을 닫고 달려간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보통 미드풋을 사용합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역주하는 황영조 선수. 이 기세를 이어간 그는 1위로 피니시라인을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반인 러너는 뒤꿈치부터 착지해야 한다고 권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들이 세계적인 선수 수준이 아니잖아요. 근력도 준비돼 받쳐주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리어풋이라 해가지고 힐풋을 이야기합니다. 뒤꿈치부터 디디고 앞꿈치로 점진적으로 이동을 해야 된다. 걷듯이 뛰어야 된다.”

하버드대 연구 "뒤꿈치 착지가 충격 더 커"

‘전세’는 또 바뀔지도 모른다. 요즘 뒤꿈치 착지가 다시 다수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발앞 착지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관련 연구로 하버드대 골격생물학 연구실이 실험한 결과가 있다. 이 연구는 2010년 《네이처》에 ‘맨발 러너와 신발 러너의 착지 방식과 충격 비교(Foot strike patterns and collision forces in habitually barefoot versus shod runners)’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 연구실은 트레드밀 바닥에 충격 측정 센서를 부착하고 착지 방식에 따른 충격을 비교했다. 신발을 신고 뒤꿈치로 착지하면 맨발로 발앞 착지하는 방식에 비해 몸이 받는 충격이 더 크다. 러닝화의 완충을 고려해도 이 비교는 유효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거리와 장거리는 착지법이 다르다고 뒤꿈치파는 주장하는데, 착지 충격 차이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누증된다. 그러니 장거리를 달릴수록 발앞 착지가 안전하다.

엘리트 마라토너를 보라, 장거리일수록 발앞 착지가 효율적

뒤꿈치 착지는 발앞 착지에 비해 효율도 떨어진다. 원리는 간단하다. 뒤꿈치로 착지하려면 다리를 뻗어야 한다. 착지 지점이 몸의 무게중심에 비해 앞에 놓인다. 이런 착지는 앞으로 진행하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다. 앞발로 착지하면 발을 디디는 곳이 몸의 무게중심과 가까이 있게 된다.

따라서 기록을 단축하려면 발앞으로 착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필자는 풀코스 마라톤 개인 기록 3시간 37분을 발앞 착지로 기록했다. (맨발로 뛰었다. “러닝화를 신었다면 10분 더 단축할 수 있었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촌각을 다투는 엘리트 마라토너들의 주법도 확실한 근거가 된다. 대부분 발앞으로 디딘다. 뒤꿈치로 착지하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달리는 방법 중 어떻게 착지하느냐에 따라 부상 및 효율이 달라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발앞 착지로 인한 부상이 걱정된다면, 틈틈이 발과 종아리를 함께 단련하면 된다. 그러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운동이 줄넘기다. 줄넘기는 두 발을 동시에 착지하기 때문에 체중이 나가는 사람이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줄넘기를 하루에 10분만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삶은 달걀 껍데기를 어느 쪽부터 까느냐를 둘러싼 싸움에 비해 착지법 논쟁은 실질적이다. 달리는 독자 여러분은 어느 ‘발’ 편이고, 나중에 달릴 독자 여러분은 어느 편을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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