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든 사이 숨이 멎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로 넘길 병이 아니다. 밤마다 호흡이 반복해서 끊기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낮 동안 심한 졸림과 집중력 저하는 물론 고혈압·심혈관질환·뇌졸중·제2형 당뇨병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질환을 양압기 마스크가 아닌 알약으로 다스릴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 2025년 10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이번 논문은 소분자 약물 설티암(sulthiame)이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증상을 뚜렷하게 줄였다고 보고했다.
특히 세계 수면의 날(3월 13일)을 맞아 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이번 연구는 수면무호흡증 치료가 기존의 양압기 중심에서 약물이라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으로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계 수면의 날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 건강의 중요성과 수면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양압기 대신 ‘먹는 약’ 가능성 보여
현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표준 치료는 CPAP(지속적 양압기)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잠잘 때 마스크를 쓰고 공기를 불어넣어 숨길이 좁아지거나 막히지 않도록 돕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는 좋지만, 불편감 때문에 오래 쓰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이런 환자들에게 약물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설티암은 원래 소아 간질의 특정 유형 치료에 사용돼 온 약물이다. 연구진은 이 약이 호흡 조절을 안정화하고 호흡 활동을 높여, 수면 중 숨길이 좁아지거나 막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쉽게 말해, 잠든 사이 숨 쉬라는 뇌의 신호를 더 안정적으로 보내 호흡이 멈추는 상황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FLOW라는 이름의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용량 탐색 2상 임상시험이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는 유럽 여러 기관에서 진행됐고,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 29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위약군과 설티암 저·중·고용량군으로 나뉘어 하루 한 번 약을 복용했다. 논문의 제1저자는 독일 베타니엔병원의 빈프리트 란데라트 교수이며, 스웨덴 예테보리대 살그렌스카 아카데미의 얀 헤드너 교수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더 큰 연구 필요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효과다. 예테보리대 자료에 따르면 고용량 설티암을 복용한 환자들은 수면 중 호흡중단 횟수가 위약군보다 최대 47% 감소했다. 밤사이 산소 수치도 개선됐다. 수면무호흡증의 핵심 문제인 ‘숨길이 좁아짐→호흡 정지→산소 저하’의 악순환을 약물이 상당 부분 끊어냈다는 뜻이다.
결과의 의미는 분명하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는 오랫동안 기계적 장치인 CPAP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환자 순응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설티암은 바깥에서 공기를 밀어 넣는 대신, 몸 안의 호흡 조절 신호를 다듬어 증상을 줄이는 약물 접근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연구진은 수면무호흡증도 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로 평가했다.
얀 헤드너 예테보리대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오랫동안 이 치료 전략을 연구해 왔는데, 이번 결과는 수면무호흡증이 실제로 약물학적으로 조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효과가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지, 더 넓은 환자군에서도 안전한지를 확인할 더 크고 긴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지금 당장 ‘수면무호흡증 알약’이 등장했다고 보긴 이르다. 이번 연구는 2상 임상시험으로, 장기간 효과와 폭넓은 환자군에서의 안전성은 더 확인해야 한다. 다만 부작용은 대체로 경미하고 일시적이었다고 보고됐다. 연구진이 후속 대규모 연구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가 ‘양압기 장치 중심’에서 ‘약물 병행’ 시대로 넘어갈 수 있을지, 설티암이 그 변화를 이끌 첫 주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논문출처: Sultiame once per day in obstructive sleep apnoea (FLOW): a multicentre,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dose-finding, phase 2 trial. The Lancet, 2025; 406 (10514): 1983 DOI: 10.1016/S0140-6736(25)0119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