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도로 교통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및 지질 대사 지표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오울루대 이얀 헤 박사과정 연구진이 30세 이상 성인 27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야간 소음 노출과 혈액 내 대사 바이오마커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같이 나타났다고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에는 영국의 UK바이오뱅크,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연구, 핀란드의 북핀란드출생코호트 1966 자료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국가 소음 지도를 기반으로 참가자 각 주거지의 야간 도로 소음 노출 수준을 추정했다. 이후 혈액 샘플을 통해 질환 관련 대사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야간 평균 소음 수준과 각 바이오마커 간의 통계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히 55데시벨(dB) 이상의 더 높은 야간 소음에 노출된 집단에서 총 48개 혈중 물질에서 변화가 관찰됐다. 이 가운데 20개 연관성은 세 개의 독립 코호트 모두에서 일관되게 유지돼 ‘강건한’ 결과로 평가됐다.
소음 노출 증가는 콜레스테롤 관련 바이오마커 농도 상승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특히 저밀도지단백(LDL,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 중간밀도지단백(IDL), 불포화지방산 농도 증가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약 50dB 수준부터 소음 증가에 따라 콜레스테롤 지표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노출-반응 양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얀 헤 연구원은 “약 50dB부터 명확한 노출-반응 패턴이 나타났으며, 이는 소음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대사 변화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약 50dB 미만에서는 영향이 거의 관찰되지 않아 일종의 '역치' 양상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결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야간 소음 기준과도 맥을 같이한다. WHO는 야간 소음을 약 40~45dB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용한 실내는 25dB 정도,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 옆은 80dB 정도로 측정된다. 55dB는 상당한 소음 불쾌감과 수면 방해와 연관된 중간 기준치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55dB뿐 아니라 50dB 수준에서도 생물학적 변화가 나타나는 징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 관련 지표에서 나타난 연관성의 강도와 일관성은 연구진의 예상을 넘어선 부분이었다. 이얀 헤는 “여러 대규모 유럽 코호트에서 동일한 방향의 결과가 반복적으로 관찰됐다는 점은 실제 생물학적 패턴을 반영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관성은 성별, 교육 수준, 비만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는 백인 유럽인을 대상으로 수행돼 인종적 일반화에는 제한이 있다. 또한 UK 바이오뱅크 자료는 공복 여부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공복 상태는 일부 대사물질, 특히 지방산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문헌에 따르면 8시간 이상 공복이었던 참가자는 10% 미만이었으며, 주요 분석은 단기 공복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콜레스테롤 관련 지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침실 위치, 실내 소음 수준, 실제 가정 체류 시간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소음 노출 추정이 혈액 채취 시점의 일시적 주소를 기준으로 이뤄졌으며, 거주 기간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인들은 결과를 ‘무효 방향’으로 편향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이얀 헤 연구원은 “야간 소음은 단순한 불쾌 요인이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환경 노출”이라며 “개인 수준에서 변화는 작지만, 교통 소음에 노출되는 인구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