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진)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추가로 매입해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그에게 지분을 넘긴 쪽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다. 최근 성추행 임원 비호 논란으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임직원들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신 회장이 지분을 확대한 것은 향후 벌어질 지 모를 경영권 다툼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 한미사이언스가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의 지분율이 지난해 말 16.43%(1123만9739주)에서 지난 13일 기준 22.88%(1564만9771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3.38%(231만2760주)에서 3.84%(262만4880주)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지분율은 7.57%(517만5990주)에서 9.15%(626만1230주)로 늘어났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임종훈 5.09%(348만3808주) △코리포항 4.05%(276만7489주) 지분의 상당 부분이 이번에 신 회장에게 넘어가게 되면서, 이들의 지분율 축소가 예고됐다. 이 중 코리포항은 임종윤 동사장의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100% 자회사로 알려졌다. 주요 주주 가운데 △킬링턴 유한회사 9.81%(671만0472주) △한양정밀 6.95%(475만4449주)의 지분율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 회장 측 지분은 한양정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95%를 합치면 29.83%에 이른다.
이번에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수에 투입한 금액은 2137억원이다. 한양정밀 주식을 담보로 차입을 통해 매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신 회장은 한양정밀 보유분까지 고려할 때 29.83%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직접 움직이게 됐다. 개인 자격으로 확고한 최대 주주 지위를 굳힌 셈이다.
이로써 2024년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으로 움직였던 신 회장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됐다. 최근 지분 매입으로 송 회장과 신 회장, 특수관계인 18인 등으로 구성된 한미사언인스 대주주 연합의 지분율은 기존 57.44%(3928만1994주)에서 63.89%(4369만2026주)로 확대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달 중순부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임직원들이 신 회장을 상대로 경영 간섭을 중단하고, 사내 성추행 문제에 관여한 데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사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고위 임원이 징계받지 않은 채 자진 퇴사한 다음, 동종 업계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세간의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박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다음에도 가해 임원이 회사로 출근하고 징계없이 자진 퇴사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 회장의 입긴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결국 지난 23일 한미약품 각 본부 임원들은 회사에 모여 “(신 회장으로 하여금) 모든 구성원에게 공식 사과하고, 불법·부당한 경영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신 회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감담회를 열고 "성추행 가해 임원에 어떠한 간섭이나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가 제시한 녹취록은 가해 임원에 대한 징계 과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신 회장은 성추행 임원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9일 박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연임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지분율 확대는 이번 성추행 비호 논란에서 한미약품 임직원이 요구하는 경영 불간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지분 확대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임종윤 동사장의 요청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며 “한미의 대주주로서 누구보다 한미의 발전을 원하고 있으며 그 미래는 밝다”고 했다.
이번 대립 구도가 평화롭게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 회장이 최대 주주로서 권한을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경영권 갈등 국면에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번 박 대표와 신 회장의 갈등으로 실상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확인됐다”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주총회에서 저항에 마주치더라도 신 회장이 보유한 최대 지분이 충분한 방패막이가 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