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1차 내분비요법 실패 이후 치료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엔허투 적응증 확대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중심 치료 흐름에서 벗어나,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저발현·초저발현 환자에게도 표적치료 기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20일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적응증이 국내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허가의 임상적 의미와 최신 진단 동향을 공유했다.
내분비요법 치료 후 ‘전이성’ 환자에 단독요법으로 사용
엔허투는 지난 1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유방암 가운데, 전이성 환경에서 1가지 이상 내분비요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적용 대상은 HER2 저발현(IHC 1+ 또는 IHC 2+/ISH-)과 HER2 초저발현(세포막이 염색된 IHC 0) 환자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데룩스테칸(DXd) 기반 HER2 표적 ADC로,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상용화했다. 국내에서는 양사가 공동 판매하며 유통은 한국다이이찌산쿄가 맡는다.
“무진행 생존기간 1년 이상, 삶의 질 유지”
연자로 참석한 임석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허가의 근거가 된 DESTINY-Breast06 연구를 소개하며 “국내 유방암 아형 중 비중이 큰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내분비요법 후 악화 시,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효과적인 HER2 표적 ADC의 효과를 확인한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1차 내분비요법 실패 이후 질병 진행까지의 기간이 짧아지고, 치료 단계가 올라갈수록 다음 치료로 넘어가지 못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엔허투가 1년 이상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삶의 질 유지라는 임상적 혜택을 보여 치료 전략의 변화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HR 양성·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엔허투 투여군(359명)은 항암화학요법군(354명) 대비 독립적 중앙 맹검 평가(BICR) 기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유의하게 개선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8% 낮췄다.
또 HER2 저발현·초저발현을 포함한 전체 ITT 분석군에서도 엔허투군(436명)의 mPFS는 13.2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430명)의 8.1개월보다 길었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6%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보고와 대체로 일관됐으며,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엔허투군 52.8%, 항암화학요법군 44.4%에서 발생했다. 약물 관련 간질성 폐질환(ILD) 또는 폐염증은 1등급 7건(1.6%), 2등급 36건(8.3%), 3등급 3건(0.7%), 5등급 3건(0.7%)이었다.
“치료 기회 넓힌 만큼 정확한 진단 관리가 관건”
두 번째 연자인 공경엽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엔허투가 HER2 저발현뿐 아니라 초저발현 환자에서도 항종양 효과를 확인하면서, 병리 단계에서 HER2 발현 정도를 더 면밀히 평가하는 것이 치료 전략 결정에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이 병리 보고서에 HER2 IHC 점수(IHC 0, 1+, 2+ 또는 3+)를 항상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 업데이트된 미국임상종양학회-미국병리학회(ASCO-CAP)에서는 HER2 음성 중에서도 희미한 염색이 확인되는 경우를 구분해 보고하도록 권고해 HER2 초저발현 환자군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HER2 발현 스펙트럼이 저발현에서 초저발현까지 확장되면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상당수를 HER2 표적치료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과거 기준으로 IHC 0으로 분류됐던 환자 중에서도 초저발현이 있는 경우 치료 대상이 될 수 있어, 정확한 환자 선별을 위한 재검사와 병리 보고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적응증 확대가 ‘HER2 음성’으로 묶였던 환자군을 더 세분화해 맞춤 치료 기회를 넓힌 변화라고 평가한다.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HER2 저발현·초저발현 환자들은 내분비요법 이후 단계에서 HER2 표적 ADC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정확한 HER2 진단과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