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암이다. 진단이 나와 '표준 치료'(수술·방사선·항암제)를 모두 받아도 대부분 12~18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래서 5년 생존율이 5~10%에 그친다. 가장 잘 듣는다는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TMZ)가 표준 치료제인데도 암세포가 금세 ‘내성’(耐性)을 키워 약효가 없어지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국 연구팀이 돌파구를 찾았다. 동아대병원 신경외과 성경수 교수 연구팀(분당차병원 임재준, 순천향대 문종석 교수 공동)이 교모세포종 세포가 TMZ를 무력화시키는 핵심 기전을 규명해낸 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내성 메커니즘을 넘어서는 신규 발견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국제 연구 기관에서 공식화된 내용(MGMT 효소 과발현, DNA 수복 시스템, 줄기세포 저항성 등)과 달리 FOSL1 단백질을 새로운 치료 타겟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FOSL1’이라는 단백질이 암세포를 ‘줄기세포’처럼 만들어 항암제 내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FOSL1이 IL-6/STAT3Tyr705 신호 경로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재(再)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는 메커니즘이다.
FOSL1이 줄기세포 특성(stemness)이나 세포 이동(EMT)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전의 다른 암 연구에선 간혹 거론돼 왔지만, 교모세포종에서 TMZ 내성과 이 단백질을 구체적으로 연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실제로 환자 데이터 분석 결과, FOSL1 발현이 높은 경우 예후가 훨씬 나쁘고 TMZ 내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FOSL1 기능을 억제하면 줄기세포 특성이 줄고 TMZ에 대한 민감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즉, 기존에 약이 안 통하던 ‘내성 암세포’를 다시 치료가 가능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MedComm’(임팩트 팩터 IF=10.7) 2026년 1월호에 게재됐다. 성경수 교수는 “교모세포종의 최대 난제인 항암제 내성을 분자 수준에서 풀어냈고, FOSL1을 새로운 치료 타겟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문종석 교수도 “기초와 임상을 잇는 모범적인 중개연구”라 했다.
교모세포종은 매년 수많은 환자와 가족을 고통스럽게 해왔다. 수술·방사선·항암제를 모두 동원해도 재발이 잦고 생존 기간이 짧아 ‘최악의 암’으로 불린다. 이번 발견은 FOSL1 억제제를 활용한 신규 표적 치료나 기존 TMZ와의 병용 요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난치성 뇌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이뤄졌다. 성경수 교수는 2025년 6월 대한뇌종양학회에서 이 연구를 발표해 학술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정밀의료와 신약 개발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