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美서 약 싸게 파는 ‘트럼프RX’ 출범... 셀트리온·삼성에피스 약가 인하 압박?

휴미라 시밀러 60% 할인 판매 촉각

미국에서 의약품 판매용 웹사이트 ‘트럼프RX’가 공식 출범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아브릴라다’를 오리지널 대비 60%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동종 약물을 판매 중인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격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트럼프RX 사이트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의약품 판매용 웹사이트 ‘트럼프RX’가 최근 공식 출범했다.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휴미라 바이오 시밀러 ‘아브릴라다’가 해당 사이트에서 60%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경쟁 약물을 시판 중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RX의 공식 출범 소식을 알리고 이를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부터 가장 흔히 사용되는 수십 가지 처방약을 모든 소비자가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했던 ‘최혜국 약가(MFN) 대우’를 스스로 쟁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혜국 약가 대우란 의약품 별로 해외 주요국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국가와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30일 내로 의약품 가격 기준을 다시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2개월 뒤인 9월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17곳에 60일 내로 약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는 조치를 내놓으라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미국 화이자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등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우선 화이자가 트럼프RX를 통해 일부 특수 의약품을 최대 85%까지 할인할 예정이며 평균적으로 50% 할인율을 적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노보 노디스크도 비만·당뇨 치료제 가격을 80% 이상 낮추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출범하게 된 트럼프RX에서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게 된 의약품은 40여 종이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젭바운드’, 당뇨치료제 ‘오젬픽’, 여성호르몬제 ‘고날에프펜’ 등과 같이 대중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대사 및 만성 질환치료제, 여성 건강 관련 의약품, 희귀 질환 치료제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바이오시밀러 중 유일하게 화이자의 ‘아브릴라다’가 트럼프RX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는 2022년 212억3700만 달러(당시 약 27조6000억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와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사진=각 사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2023년 하반기부터 등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2023년 7월 각각 ‘하드리마’와 ‘유플라이마’를 내놓았다. 이보다 3개월 늦게 나온 약물이 이번에 트럼프RX 목록에 들어간 아브릴라다였다. 해당 사이트에서 아브릴라다는 오리지널(519달러) 대비 약 60% 인하된 207.6 달러(약 30만원)로 공급된다.

휴미라 시밀러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화이자가 내놓은 답변에 아브릴라다가 포함됐기 때문에 트럼프RX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은 점에서 화이자가 상징적으로 아브릴라다를 넣은 것인지 트럼프 정부의 요구 속에 언급됐던 약물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RX 내 첫 의약품 목록에 아브릴라다가 등재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과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애비브의 휴미라와 ‘휴미라 CF(시트르산을 배제해 통증을 줄인 신제형)’의 시장 점유율은 75.9%로 집계됐다. 당시 하드리마가 시장 점유율 9.7%로 동종 시밀러 제품 중 1위였다. 유플라이마나 아브릴라다 등의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휴미라 대신 대체 처방이 가능한 아브릴라다의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아브릴리다나 하드리마, 유플라이마 등은 모두 미국에서 상호교환성 지위를 승인받은 바 있다. 이 지위를 얻으면 의사가 오리지널 약물을 처방하더라도 약국에서 대체 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아브릴라다처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추가로 트럼프RX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향후 어떤 바이오시밀러가 목록에 추가될 지 등도 전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휴미라 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상황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빅파마 위주로 트럼프 정부의 요구가 있었고 그 안에 우리와 겹치는 약물이 더 나올지 미지수다. 당장은 아브릴라다의 가격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판매 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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