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를 위해 선택된 약이 정작 심각한 설사와 대장염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면? 면역항암제가 생존율을 끌어올린 시대에도, 독성 부작용은 여전히 큰 장벽이다. 치료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장내 미생물로 극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캡슐 형태로 투여하는 이른바 ‘대변 알약’이 면역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캐나다 런던 헬스사이언스센터 연구소(LHSCRI)와 몬트리올 대학교 병원 연구센터(CRCHUM) 공동 연구진은 폐암·흑색종·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변 미생물 이식(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이하 FMT)의 치료 보조 효과를 평가했다.
FMT는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에서 장내 세균을 분리해 캡슐 형태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연구진은 이를 ‘대변 알약’이라고 표현했다.
신장암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연구진은 표준 면역치료와 함께 FMT 또는 위약 캡슐을 병용 투여했다.
약 2년에 가까운 추적 관찰 결과, FMT를 투여받은 환자의 70%에서 암 진행이 억제됐다. 특히 면역치료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장염과 설사 같은 독성 부작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가 치료를 조기에 중단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FMT 이후 장내 미생물 구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폐암과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각각 20명씩 총 40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폐암 환자 중 FMT를 병용한 경우 80%가 면역치료에 반응한 반면, 기존 면역치료 단독 시 반응률은 일반적으로 39~45%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됐다. 흑색종 환자 역시 FMT 병용군에서 75%가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면역치료 단독군의 50~58%보다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이러한 치료 반응 향상의 메카니즘으로, FMT를 통해 장내 유해균이 제거되고 면역 반응에 유리한 미생물 환경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몬트리올 대학교 병원의 아리엘 엘크리프 박사는 “이번 임상시험은 분변 미생물 이식이 폐암과 흑색종 환자에서 면역치료의 효과를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LHSCRI의 사만 말레키 연구원은 “진행성 신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효과적이지만, 심한 설사와 대장염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FMT를 통해 이러한 독성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지속률을 높일 수 있다면, 임상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사용된 캡슐은 세인트 조지프 헬스케어 런던과 로슨 연구소에서 개발했다. 로슨 연구소의 마이클 실버먼 박사는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암 치료 반응을 동시에 높이는 접근은 지금까지 신장암 치료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며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성과를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