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혁신적의료기기의 조기 도입을 위한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즉시진입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임상 평가를 거친 의료기기가 빠르면 80일 만에 시장에서 쓰이게 된다. 신기술의 도입 시점이 늦어 산업 경쟁력을 쌓을 수 없던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상업화를 앞당길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적합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상 평가를 거친 의료기술(행위)은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과 규정 개정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4년 11월 즉시진입 제도 도입을 처음 언급한 지 14개월 만에 현장에 도입하게 된 것이다.
기존 규칙과 규정에 따르면 새로운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 후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해당 평가에 통과한 신기술에 대해 급여결정을 신청해서 건강보험 지원 여부가 결정되면 시장에 출시하는 구조였다. 물론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제도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 절차가 복잡하고 관련 평가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돼 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었다.
즉시진입 제도 도입 이전에는 의료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80일) △의료행위의 기존 기술 여부 검토(30~60일) △의료행위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250일) △의료행위의 경제성 및 급여 적정성 평가(100일) 등 기존 절차에 따라 새로운 의료행위가 시장에 도입되려면 최장 490일이 소요됐다.
이번 규칙과 규정 개정에 따라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 기간은 80~140일 사이로 단축된다. 이 기간은 구체적으로 △의료행위의 임상 평가(~80일) △기존 기술여부 확인(30~60일)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과해 신기술로 인정될 경우 3년간 비급여로 즉시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런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 신의료기술평가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식약처도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적용 대상 의료기기 공고 근거 마련' 및 '임상평가자료 제출 근거 및 항목별 세부 내용 등 규정' 등을 추가로 신설했다. 특히 식약처는 이번에 즉시진입 제도의 대상이 될 품목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임상 데이터에 관한 세부 요건도 제시했다.
이번 제도의 첫 적용 대상으로 △독립형 소프트웨어 또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디지털의료기기 113개 품목 △체외진단시약 83개 품목 △자동화시스템 로봇수술기와 로봇보조 정형용 운동장치 등 200여 개 품목이 선정됐다. 심혈관, 혈압, 치과 영상 등 각종 생체신호부터 암 영상 데이터를 통해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두루 포함됐다. 국내 AI 기반 소프트웨어 또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업계 등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즉시진입 제도에 따라 비급여인 채로 시장에 진입한 품목에 대한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필요한 경우 즉시진입 사용 기간 중에도 복지부장관 직권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를 간소화해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며 우수한 의료기기의 조기 현장 도입을 지원하겠다"며 "안전하지 않은 의료기술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환자부담 완화를 위해 비급여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해 새로운 제도가 의료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규 의료기술의 시장 진출이 더 용이해진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시장 안착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진입이 빨라져 매출을 일으킬 토대를 더 빠르게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신규 기기가 시장에 안착하기엔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디지털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도입된 디지털 의료기술에 대한 비급여로 인한 환자 부담을 빠르게 경감하려면 이에 대한 적정 수가 모델이나 급여 등재 목록 다변화, 조건부 등재 등과 같은 유연한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