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노사 간 갈등으로 번졌다. 노조는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사측이 불합리하게 직원들을 평가하고 관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존림 대표를 비롯해 노사가 1시간여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전날(11일) 존림 대표와 이규호 피플센터장(부사장),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위원장, 노조 조직국장 등이 한 시간여 동안 면담을 나눴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응했다”며 “특별한 의제를 갖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고 서로에 대한 인식 차이와 직원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진 만남에서 양측은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면담 자리에서 노사 간 대표자 회의의 필요성이 언급됐고 회사도 공감했지만, 다음 면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회의가 마무리 됐다.
여전히 회수되지 못한 자료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였지만, 사측이 관리한 자료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비춰지는 모양새다.
사건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날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서버 업무용 공유 폴더에 임직원 5000여명에 대한 주민등록정보, 연봉·인사고과 등이 담긴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보안이 걸려 있어야 할 공유폴더가 풀리면서 사내 직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약 10여명이 자료를 다운로드 했고, 이중 노조 집행부 인원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7일 삼성바이오 인사팀이 노트북 회수를 위해 노조를 찾았다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10여명이 자료를 다운로드 했으며, 그 중 3명의 자료가 회수조치 되지 않았다”며 “현재 노트북 회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불합리하게 직원 고과 관리?
노조는 노조에 가입돼 있거나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직원들이 별도로 관리되며, 인사고과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인사고과 하위자 엑셀 리스트에 근로시간과 통상임금 소송 참여 여부가 있었다”며 “평가에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굳이 명단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사상 상위 고과에 인사·재경팀이 몰려 있는 등 편중된 평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회사 측은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임직원 근태, 고과 등을 관리하는 통상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포함돼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조는 최근 구매팀 직원 4명이 직위해제된 배경에 이들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의심한다. 노조 통상임금 소송 참여 여부가 징계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은 ‘정황’에 따른 추측이라면서도 의심의 끈은 놓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전체 직원은 1279명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 중 4명을 직위해제 하더라도 전체 소송 참여자에 비해 징계 대상자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지금은 평가기간이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결과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결과가 없으니 안 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인사 개입…“불법이다” vs “지원에 불과”
노조가 문제 삼는 것 중 하나가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사업지원TF)의 인사 개입 문제다. 유출 자료에는 삼성바이오 인사팀장과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직원 간 메신저 대화 캡처본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이 보너스 지급 기준이나 인사고과 비율 지침 등을 전달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은 “각 사에서 재량으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으로부터 허락이나 피드백을 받는다면 이건 문제”라며 “차라리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이 인사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면 좋겠지만, 안 한다고 해놓고 개입하니 그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실무자간 대화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사업지원TF는 계열사의 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라며 “계열사 업무와 관련한 협의는 일상적 업무로 단순히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 ‘업무 개입’으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개보위 신고, “늑장대응”VS“확인이 필요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회사는 이를 인지한 시점에서 72시간 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6일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하고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6일 회사에 알렸고,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9일 12시에 신고했고, 회사는 같은 날 저녁 8시반에 신고를 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 있는 경우 72시간 내에 개보위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회사는 72시간이 되기 직전에서야 신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사 측은 개인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유출 정황은 없으나, 추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예방적 차원에서 신고했다”며 “이는 법이 정한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