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엄마가 먹은 미세플라스틱, 모유에 섞여 자녀 면역 교란”

생명연 이다용 박사팀, 쥐실험에서 면역력 약화 세계 첫 규명

엄마가 먹은 미세플라스틱이 자녀 면역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엄마가 무심코 사용한 일회용 컵과 포장재 등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돼 면역체계를 교란하고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이다용 박사 연구팀은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미가 섭취한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이 모유 수유를 통해 새끼에게 전달돼 면역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 및 수유 중인 어미 쥐에게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을 섭취시켰다. 그러자 미세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새끼의 체내로 이동해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핵심 기관인 비장에 축적되는 것이 확인됐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쥐의 비장에서는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나타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와 NK세포(자연살해세포) 등 핵심 면역세포의 수가 줄어든 반면, 염증을 유발하는 B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한 면역 불균형은 새끼 쥐의 성장기 내내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바이러스 면역물질인 인터페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저하되는 등 면역 발달 과정 전반이 교란돼 감염에 대한 저항성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수빈 박사(왼쪽부터), 연구책임자 이다용 박사, 변재은 박사.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해당 쥐들을 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쥐들은 정상 쥐들에 비해 감염 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회복이 더뎠고 바이러스 억제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이물질을 넘어, 실제 감염병에 대한 방어 능력을 무너뜨리는 유해 요인임이 입증된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이다용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세대를 넘어 면역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음식과 물 등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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