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9일 (일)

러닝이 대세인데… 마라톤 완주 반복 땐 ‘우울·불안’ 위험?

“기록 단축에 대한 집착·완주 후의 공허감 등 때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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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완주를 반복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빈=게티이미지뱅크

주말 아침 공원마다 형형색색 운동복 물결이 넘실댄다. 전국 마라톤 대회는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 사태다. ‘러닝 인구 1000만’ 시대, 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마라톤 완주를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과 폴란드 메리토 그단스크대(WSB) 공동 연구팀은 수십, 수백 차례 마라톤을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가 일반인보다 우울감과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악타 사이콜로지카(Acta Psychologica)》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6개 대륙 22개국에서 활동하는 베테랑 마라토너 576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평균 146회의 마라톤 완주 경험을 가진 이들의 우울 및 불안 점수는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 그룹보다 확연히 높았다.

전체 참가자의 8%는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우울과 불안을 겪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 그룹에서 고위험군 비율이 통상 4~5%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여기에 중등도 이상의 증세를 보인 경우(18.3%)까지 더하면, 베테랑 마라토너 4명 중 1명은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설문에 참여한 마라토너의 94%는 달리기가 자신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운동 특성 자체에서 찾았다. 수개월간 이어지는 고강도 훈련, 완주 과정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 기록 단축에 대한 집착이 어느 순간 '즐거움'의 역치를 넘어서면서 달리기가 건강한 취미가 아닌 '강박적 대처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극한의 고통 끝에 찾아오는 희열,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뒤에 찾아오는 깊은 공허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웨덴 린네대학교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많은 장거리 선수가 경기 후 극심한 에너지 고갈과 함께 복잡한 감정과 우울감을 느끼는 '포스트 레이스 블루스(Post-race blues)'를 경험한다. 일부 주자들은 이 공허함을 잊기 위해 곧바로 다음 대회 참가 신청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이번 연구가 모든 마라토너가 정신적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다수는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다중 마라톤 커뮤니티에서 정신 건강 검진과 맞춤형 개입의 필요성을 증명한다"며 "멀티 마라톤은 일부에게는 정신적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힘든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신체적 건강과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에도 균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영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러닝은 훌륭한 운동이지만,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도전은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신 건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록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달리기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고, 운동 후 충분한 휴식과 주변인들과의 유대감을 통해 건강한 러닝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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