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30대 직장인 김모 씨(34, 부산)는 다리가 자주 저리고, 계단을 오를 때 힘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처음엔 허리 디스크로 생각하고 참았지만, MRI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추간공(椎間孔)협착증’. 척추에서 신경이 빠져나가는 작은 구멍이 좁아지며 이런 증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2. 은퇴 후 여가를 즐기려던 72세 이모 씨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풀려 100m도 채 걷지 못하고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 검사 결과는 ‘척추관협착증’. 나이가 들며 척추뼈와 인대가 두꺼워지고, 신경이 지나가는 중앙 통로가 좁아져 발생하는, 전형적인 노년성 질환이다. 결국 척추내시경으로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히는 수술을 받고서야 다시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
젊은 척추, 왜 빠르게 늙어가는가?
젊은 세대에게 협착증은 아직 낯설게 들린다. 그러나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잘못된 자세,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거북목, 운동 부족과 비만은 젊은 척추를 빠르게 늙게 만든다.
전체 척추 질환 환자는 연간 1000만 명을 넘는다. 4명 중 1명 꼴. 그 중 20~40대 환자가 벌써 22%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척추병이 이젠 더 이상 고령층만의 질환은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협착증’이라도 나이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20~40대 허리병은 여전히 이른바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가장 흔하다. 하지만 일부는 디스크 변화가 추간공을 좁히는 형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추간공협착증’이 생기는 핵심 원인의 하나다.
부산큰병원 최승현 병원장(정형외과)은 “젊은 환자의 협착증은 디스크 증상과 거의 겹쳐 보이지만, MRI에서는 종종 추간공이 좁아진 모습이 발견된다”고 했다. 디스크와 협착증 사이에 증상이 겹치며, 진단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늙은 척추, 평범한 보행부터 대소변 장애까지 위협한다
반면, 장년층 노년층에 흔한 것은 ‘(중심성)척추관협착증’. 머리에서 내려온 신경 다발이 지나는 척추관 내부가 좁아지며 생긴다. 그렇게 신경을 압박하면 양쪽 다리가 저린다. 특히 한 발 한 발 내디딜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간헐적 파행(跛行)’은 마치 오래된 수도관이 녹에 막혀 물 흐름이 느려지는 것과 비슷하다.
심한 경우엔 대소변 장애까지 동반돼 일상생활 자체를 허물어뜨린다는 점도 심각하다. 매년 200만 명 넘는 이가 ‘척추관협착증’으로 치료를 받는데, 그중 60세 이상만 15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수술 위험 요인도 많고, 치료한다 해도 회복이 더디다.
척추 협착증, 나이 따라 증상도, 치료도 다르다
젊은 환자는 다행히 뼈와 근육이 아직 건강해 보존적 치료 효과가 크다. MRI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도수치료와 운동치료,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상당수는 좋아진다. 필요하다면 추간공 확장술이나 최소침습 내시경 수술로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노년층은 사정이 다르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려 하지만, 보행 장애가 심해지면 결국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근육 손상과 출혈을 최소화한 최소침습형 내시경 감압술, 정밀도를 높이는 로봇 보조 수술,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려는 재생치료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나와 있다.

최 병원장은 “노년 환자는 단순한 허리 통증을 넘어 보행 장애, 감각 저하, 대소변 장애까지 겪기 쉽다”면서 “게다가 고령자는 심혈관계 질환, 당뇨 등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 위험도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령에도 부담을 덜어주는 수술 선택지가 늘고 있어서다.
젊은 척추, 빠른 노화를 막자면?
협착증을 막는 최고 전략은 예방. 생활 현장에서의 핵심 수칙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장시간 앉아 있다면 30분~1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춘다. 스마트폰을 볼 때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얼굴 가까이서 보는 것이 좋다.
복부와 허리의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규칙적인 체중 관리도 필수다. “허리 근육은 척추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말처럼, 기둥이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듯 척추도 근육이 버팀목이 돼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 100세 시대…나이에 맞는 척추 전략 필요하다
젊은 층에서는 디스크와 추간공 협착증이 늘고 있고, 노년층에서는 중심성 척추관 협착증이 여전히 삶의 질을 크게 흔든다. 같은 ‘협착증’이라도 나이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세대별 맞춤 전략이다. 젊은 층은 생활습관 교정과 조기 진단, 노년층은 맞춤형 최소침습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척추 건강은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다. 예방과 조기 관리가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치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척추를 오래 쓰는 비결이다.
도움말: 부산큰병원 최승현 병원장(정형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