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일로 예고했던 의약품 고율 관세 부과를 미루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막판 협상’에 나섰다. 화이자와의 합의를 발판으로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의 추가 투자와 약가 인하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더힐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관세 시행을 일시 중단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부터 무역확장법(Section)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왔다. 또한 이후에도 수차례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지난 8월에는 1~1년 반 안에 관세가 최대 150%, 이후 250%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 내 제조시설을 짓지 않는 모든 브랜드 의약품과 혁신신약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로 제약업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관세 시행을 불과 닷새 앞두고도 명확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 부과는 HS코드(무역 물품에 부여하는 고유번호)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을 구분할 수 없고, 공장을 건설 중인 기업을 어떻게 예외 처리할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화이자와의 협상 내용을 발표하며 상황은 또 변했다.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직판 사이트 ‘TrumpRx.gov’를 통해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미국 내 제조를 위해 700억달러(약 9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신 화이자는 향후 3년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다른 제약사들과의 협상 모델로 삼을 계획이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유사한 발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협상에 응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 계획을 이미 발표한 만큼 화이자와 비슷한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트럼프 압박 이후 일라이 릴리, 머크, 암젠 등 대형 제약사들이 잇따라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내놨고, 화이자 합의 발표 후에는 이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스위스 제약업계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미니 딜’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부과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 합의 실패로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정책 집행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관세 부과 시기가 연기됐지만 행정명령 또는 포고문 등을 통한 공식적인 의약품 관세 부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 언제 시작될 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며 “또한 셧다운이 관세 부과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행정 인력과 업무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