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약 개발에 두 차례 실패했던 화이자가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재기에 나선다. 화이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멧세라의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손에 넣으며 선두 그룹 일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화이자는 멧세라(Metsera)를 최대 73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했다. 49억 달러(약 6조8000억원, 주당 47.5달러)에 인수하면서 일정 성과 달성 시(CVR·조건부가치권리) 추가로 24억 달러(3조3500억원), 주당 22.5달러)까지 마일스톤(성과 보상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멧세라는 비만 치료를 위한 임상 단계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이다.
맷세라가 가진 핵심 후보물질은 'MET-097i'와 'MET-233i'다. MET-097i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로, 주 1회 투약하는 장기 지속형(롱액티브) 주사제다. MET-233i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천연 아밀린(Amylin) 대신 구조를 변형시킨 ‘아밀린 아날로그’를 월 1회 투약하는 초장기 지속형 치료제다.
투약 기간을 늘려 환자 편의성을 확보하면서도 효과도 나쁘지 않아 선두 기업(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1회 투약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68주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있었는데, MET-233i는 월 1회 투여로 36일 만에 체중 8.4%가 줄었다. 위고비의 임상 3상 시험 결과와 MET-233i의 소규모 임상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개발 결과에 따라 기존 기업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화이자는 이번 인수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최대 10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동안 화이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2023년 12월 경구용 GLP-1 치료제인 다누글리프론의 1일 2회 복용 제형에 대해 임상시험을 중단했고 올해 4월에는 1일 1회 복용 제형 역시 부작용 때문에 임상시험을 마치지 못했다.
이번 인수가 잇단 실패를 겪은 화이자가 선두 그룹을 따라가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발 빅파마들이 내부 개발을 통해 레거시 기업(릴리, 노보)들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부 사업 개발 전략이 필수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외부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로 화이자가 후발 빅파마 중 비만 레거시 기업에 가장 적극적인 도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따라붙는다. 한 애널리스트는 “레거시 기업 입장에서 화이자가 가장 강력한 후발 비만 기업으로 등장했다”며 “이에 초격차 유지 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멧세라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던 코스닥 상장사 디앤디파마텍에 대한 관심도 모아졌다. 멧세라가 개발 중인 경구용 펩타이드 비만 치료제 일부는 디앤디파마텍이 2023~2024년 기술 이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멧세라가 글로벌 비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면서 디앤디파마텍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날은 소폭 하락하며 20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밖에 지방은 줄이면서 근육량은 유지하는 비만 치료 후보물질(UCN2)에 대해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미약품이나 한번 주사로 효과가 오래가는 롱액티브 주사제를 개발 중인 지투지바이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