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왜 많은 환자들은 의사 편이 아닌가?

[김일출의 시시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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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은 환자들은 의사 편이 아닌가?
의료계를 바라보는 불신의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간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왜 국민 다수는 의사들 편이 아닐까요?”

며칠 전, 의사 한 분이 SNS에서 필자에게 물었다. 순간 수많은 말들이 뇌리를 스쳤지만, 간단히 답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나는 그에게 “간단한 답이 아니어서 글로 정리해 보겠다”고 했다.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니 수련의 때부터 ‘환자와의 소통’이 성공하는 의사의 관건이라고 믿어 환자 속으로 들어가 승부수를 던진 A 원장이 떠올랐다.

그는 수도권 B 도시의 작은 건물에서 한 층을 세 내어 입주해 있었다. 토요일 오후에도 외래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마이크 방송으로 환자를 안내하고 있었다.

일개 동네 의원에 주말에도 수백 명의 환자가 몰려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진료가 끝나고 원장과 얘기하다 무릎을 쳤다. 비결은 ‘소통’이었다. A원장은 ‘말하는 방식’이 달랐다. 어떤 의학 전문 용어나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구수한 동네 아저씨의 말투로 쉬운 언어를 구사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지 못했다. 대신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전공의 시절을 보냈다. 고심 끝에 그는 환자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A 원장은 당시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버스 안 승객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 따라했다. 개원할 때도 환자 눈높이에 모든 것을 맞추었다고 한다.

A 원장은 한 환자의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암을 발견하고 직접 서울 유명 병원에 연락해 그 환자를 입원시켰다. 그리고 그 병원을 찾아 주치의를 만나고 환자를 문병한 뒤 수술 경과를 살폈다. 환자는 퇴원 후 A 원장의 의원에서 다시 외래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 일로부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다. 암 환자를 돌본 그 정성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의료계에서는 입소문이 제일 무섭다. 그 동네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처지여서 그 고마움은 갑절이 되었다.

A 원장의 성공사례에 나는 이 글의 첫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의료 현장에서 우리 의사들의 언행이 A 원장을 닮는다면 굳이 국민들이 의사들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져서 요즈음 젊은 의사들은 소명의식보다는 노동을 제공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일한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대가로 받는다는 인식이 더 크다고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도 대부분 그렇고,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의료 환경도 바뀌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필수과목’ 의사들은 다른 의사보다 더 열심히 어렵고 힘들게 일하는데 보상은 적고 걸핏하면 고발 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아 자신의 급여 수십 배를 소송의 대가로 배상해야 하는데 어떤 의사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할까?

이들 진료 과목에선 의학적 원칙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하고도 속절없이 건강보험심사보험평가원의 삭감을 당하고 불가항력적인 진료 결과에도 검찰 기소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나는 A 원장의 성공비결을 ‘훌륭한 소통’의 결과라고 보았다. 그것은 그저 얻은 것이 아니라 그가 수년의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버스 안에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듣고 따라하며 스스로, 제대로 말하고 듣는 훈련을 했고 그 자세 그대로 의원을 준비하여 환자들을 만나고 응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환자를 이해하고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소통하는 의사가 된 것이다.

물론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원활하다고 모든 의료계를 둘러싼 국민의 불신이 일거에 걷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왜 지방에 의사가 없고 진짜 필요한 진료과목에 종사해야 할 의사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지 의사들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의사 편이 되면 그때 비로소 의사들이 정부와 당당하게 협상하고 바람직한 진료환경을 좀 더 쉽게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의사 편에 서면 대부분의 문제는 훨씬 쉽게 해결된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우선적으로 환자들을 만나는 모든 진료 과정에서 최선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명의식’이 없다면 ‘직업의식’과 ‘이기심’으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의학 교육을 시작한 서구의 많은 의대에선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자세히 가르치며 환자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것의 토대가 되는 것이 인문학일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일부 의대에서 시도해 온 ‘의료 인문학’ 교육을 의료계 교육과 수련 전반에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대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더 나아가 의사 자격 유지를 위한 각종 보수 교육과 학회 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윤리적 책임감, 사회적 이해, 문화적 역량, 공감 능력, 창의력, 팀워크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가 개인적으로도 성공한 의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진료 현장에서부터 소통하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의사들이 모두 환자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부터 소통을 배우면 좋겠다. 산적한 의료계 과제 해결에 국민이 의사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코메디닷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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