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사제 일색의 비만치료제 시장에 경구제가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먹는 비만약이 이르면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특히 월가에서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신약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FDA의 ‘신속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용화 기대가 한층 커졌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일라이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이 '국가우선권 바우처' 프로그램 후보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가의 비만 주사제가 불러온 의료비 부담, 릴리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등을 고려할 때 오르포글리프론이 해당 제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관측되는 것이다.
국가우선권 바우처는 FDA가 올해 6월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 시 전문팀이 자료를 집중 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10~12개월인 기존 심사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FDA는 프로그램 시행 첫 해인 올해 미국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거나 약가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 혁신신약 등을 대상으로 최대 5개의 바우처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르포글리프론은 일라이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경구형 비만약이다.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처럼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위고비로 치료하려면 연간 8000달러(약 1100만원)가 드는데, 이는 미국 내 약 40%에 이르는 성인 비만 인구를 고려할 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 반면 오르포글리프론은 바이오의약품인 주사제와 달리 합성 알약 형태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유통·물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 출시되면 주사제를 빠른 속도로 대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서 발표된 임상 3상 결과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초기 당뇨병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오르포글리프론과 위약을 비교한 임상 결과 40주 시점에 환자들의 당화혈색소 농도가 3mg 투약군에서 1.3%, 12mg 투약군에서 1.6%, 36mg 투약군에서 1.5% 각각 감소하며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체중 감소 효과도 뚜렷했다. 오르포글리프론 투약군의 체중은 각각 4.7%(4.4kg), 6.1%(5.5kg), 7.9%(7.3kg) 감소해 위약군의 1.6%(1.3kg)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최고 용량인 36mg 투약군에서는 환자의 64%가 체중을 5% 이상 줄였고, 15% 이상 감소한 환자도 11%에 이르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위장관계 이상 반응이 보고됐지만, 전반적으로 기존 GLP-1 계열 약물에서 나타나는 수준과 비슷했다.
릴리는 올해 안에 오르포글리프론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내년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오르포글리프론이 국가우선권 바우처 프로그램에 채택돼 기존 예상(내년 중반)보다 한 분기 빨리 출시되면 릴리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부터 경구용 비만약 시장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FDA 심사를 받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약 ‘오럴 위고비’와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맞붙으면서 주사제 일색이던 GLP-1 전쟁은 알약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갈 전망이다. 다만 펩타이드 기반 약물인 오럴 위고비는 매일 50mg의 고용량을 공복에 복용해야 하고, 제조 단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