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임종 1개월 이상 전에 연명의료 중단하면 의료비 절반 줄어”

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 "불필요한 고가 검사·처방 줄어"

임종이 한달 이상 남았을 때 미리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이행하면 마지막 한 달 의료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연명의료 중단을 언제 결정하느냐에 따라 말기 환자의 마지막 한 달 의료비가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임종이 가까워진 뒤 급하게 연명의료를 중단하게 되면 오히려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명의료결정제도 효과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이 공개됐다. 연구진은 2023년에 사망한 약 35만명의 데이터를 분석, 연명의료를 중단한 4만4425명의 환자와 일반 환자의 생애 말기 의료비를 비교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 효과가 없는 연명의료를 중단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않도록 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나 가족 진술 등을 통해 결정이 이뤄진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연명의료 중단 시기였다. 연구 결과, 임종이 30일 이상 남았을 때 미리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이행한 환자의 마지막 한 달 의료비는 평균 약 46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어떠한 조치 없이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은 환자들의 같은 기간 의료비(약 910만원)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에 쓰인 비용 역시 한 달 전에 결정한 경우 약 50만원으로, 일반 그룹(189만원)의 4분의 1 정도였다.

하지만 대다수인 73%의 환자는 임종 전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망 8~30일 사이 급하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그룹은 마지막 달 의료비가 1800만 원에 달해, 일반 환자보다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 직전까지 고가의 의료행위가 집중되기 때문"이라며 "이는 중단결정에 대한 논의가 제때 이뤄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의사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나 의사 표현이 가능한 상태에서 환자가 직접 결정해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점이 사망 3개월 이전이면 의료비가 낮게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긍정적 효과는 비용 외에도 나타났다.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환자군은 일반 환자들에 비해 고가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고영양수액제 처방, 중환자실 이용률이 낮았고, 대신 호스피스 이용률은 높았다. 이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자체가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환자가 편안한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사망이 임박해서 결정을 내리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경우 사망 전 의료비가 낮아짐을 확인했다"며 "환자가 숙고를 통해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다 이른 시점부터 사전 돌봄 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겠다는 뜻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7년 반 만에 이룬 성과로,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4명 중 1명은 이미 의향서를 남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을 ‘임종 과정’에서 ‘말기’ 환자로까지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질병의 경과상 수개월 안에 사망이 예측되는 말기 환자가 좀 더 일찍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 다수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런 방향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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