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사채를 발행해 힘들게 충당한 자본금 일부를 적자인 상황에서 배당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한독은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부채 감소 노력과 불필요한 투자의 축소가 필요하다.”
한독이 지난해 528억원 적자를 냈는데도 현금배당을 결정해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1년 전 280억원대 당기순손실에도 배당을 단행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적자배당’을 강행하자 논란을 부르고 있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 차원이라고 하지만, 한쪽에선 오너 일가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200원, 모두 27억여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28억원을 기록, 적자 상황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다.
한독은 오는 20일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을 확정하고,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내에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독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5073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약 2.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125억원에서 무려 96%가량 쪼그라들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한독의 이같은 적자배당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결산 때에도 당기순손실 28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지만 1주당 300원 배당을 했다. 당시 배당금 총액은 41억여원.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고 호실적(영업이익 283억원, 당기순이익 269억원)을 거둔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배당을 할 때 그 재원은 당해 당기순이익을 활용한다. 하지만 손실을 봤는데도 현금배당을 하려면 과거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에서 꺼내 써야 한다. 이익잉여금을 빼쓰면 자기자본은 줄어 들고 부채비율은 상승한다. 재무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 것. 실제 한독의 부채비율은 2023년 132.9%에서 지난해 173.7%로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가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한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59억원에서 마이너스 27억원으로 전환되며 재무 악화 신호를 보였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수익 창출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럼에도 한독은 주주 환원이라며 매년 배당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약업계와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너 일가가 사적 이익을 채우려 무리하게 배당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당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게 김영진 회장과 그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43.38%의 한독 지분을 들고 있다.
최대주주는 17.69%를 갖고 있는 비상장사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고 김 회장(13.65%)과 동생 김석진 씨(5.13%), 누나 김금희 씨(3.25%), 매형 채영세 씨(1.18%) 등이 한독 주주 리스트 상단을 차지 하고 있다.
이번 배당 결정을 통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가장 많은 4억8000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한 한독 전무다. 김 전무는 31.65% 지분을 들고 있으며, 김 회장은 5.04%를 보유하고 있다.
한독이 논란을 부르면서까지 잇달아 적자배당을 강행하는 배경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한 전무가 향후 한독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를 놓고 한 한독 주주는 “배당은 자기네들 배를 불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주주를 위하는 냥(양) 속 보이는 짓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기순이익이 났을 때 이를 기반으로 주주환원을 하는 게 논리에 맞는데, 적자 상황에서 배당을 한다면 과연 주주들이 환영할 만한 일인가 싶다”고 했다.
황 교수는 “특히 오너일가 지분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면, 배당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주주 환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오너 환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