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70주년을 맞아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2024년은 성장의 턴어라운드를 만들겠다.”
한독(대표 김영진·백진기) 오너인 김영진 회장은 지난해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아 여러 언론매체에 그럴싸한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다. 한독은 김 회장이 강조했던 실적 턴어라운드와 성장은커녕 2017년 이후 최악 실적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적자 직전까지 갔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5227억원에서 지난해 5073억원으로 약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전년도 125억원에서 무려 96%가량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한독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일반의약품의 부진이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매출은 693억원으로 전년(863억원)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대표 제품인 ‘케토톱’ 매출이 2023년 557억원에서 지난해 394억원으로 크게 고꾸라졌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알렉시온과의 협업 종료도 2년째 악재로 작용했다. 한독은 2009년부터 알렉시온과 파트너십을 맺고 희귀 안과질환치료제 ‘솔리리스’ 등의 판권을 확보해 판매했다. 하지만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알렉시온을 인수하면서 판권이 넘어갔고, 지난해부터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알렉시온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2022년 3145억원이던 전문의약품(별도기준) 매출은 2023년 300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032억원에 머물렀다.
의료기기 부문도 지난해 693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10.6%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독 측은 의정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공의 파업으로 대형 병원의 수술과 연구가 감소하면서 진단기기와 시약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혈당측정기 ‘바로잰’도 환자가 줄어 매출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당기순이익을 따지면 더 심각하다. 2023년 289억원을 기록했던 적자는 지난해 528억원으로 불어났다. 80% 이상 폭증한 모습이다. 이는 제넥신 지분평가액 365억원을 비경상적 영업외손실로 인식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사실 한독은 2023년부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으로 치고 나간 주요 경쟁사들과는 딴판이다.
한독은 2020년 매출 503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고 2021년 5176억원, 2022년 543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5227억원, 지난해 5074억원으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매출 5000억원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2020년 당시 한독과 엇비슷한 4000억~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경쟁사들은 급성장하며 한독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보령은 2020년 매출 5619억원에서 지난해 1조171억원으로 80% 이상 급성장했고, 동국제약은 같은 기간 5591억원에서 8055억원(추정치)으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당시 한독보다 1000억원가량 매출이 적었던 휴온스(2020년 매출 4066억원)는 지난해 매출 5902억원을 기록하며, 한독을 크게 추월했다. 대부분의 경쟁사가 빠르게 커가는 동안 한독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거듭해 격차가 확대됐다.
한독은 올해 신제품을 중심으로 반등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독 관계자는 “지난해 고혈압치료제 ‘아프로바스크’를 출시했고, 올해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딜’을 내놓는 등 만성질환 쪽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탑재했다”며 “올해는 이들 제품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