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이 의대로 몰리는 한국 vs 중국의 공대 열풍 결과는?

[김용의 헬스앤]

환자에게 진단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의사
중국의 이공계 출신이 전 세계 AI(인공지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이과 수재들은 의대로 몰려가면서 이공계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년 전만 해도 고교 이과 수재들은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물리학과 등 이공계로 몰렸어요. 의대는 그 다음이었지요. 원하던 명문대 공대에 가지 못해 의대로 방향을 바꾼 학생도 있었지요.”

최근 중국 AI(인공지능) 기업 ‘딥시크’ 열풍을 지켜보는 한국의 50대 공대 졸업생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의 이공계 우대 정책이 전 세계 AI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이과 수재들은 의대로 몰려갔다. 전국의 의대를 한 바퀴 돈 다음 남는 인원이 명문대 이공계로 진학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1998년 IMF 사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다.

전 세계에 충격 준 중국 AI 기업...주축 멤버는 이공계 출신

지난달 27일 세계 증시 관계자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반도체 분야 시총 1위 엔비디아의 주가가 역사에 기록될만한 폭락을 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중국의 딥시크가 출발점이었다. 기존보다 훨씬 적은 개발비로 성능 좋은 중국판 챗GPT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 뉴스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덩달아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창업자 량원펑(40)도 주목받았다. 량원펑은 1985년 광둥성 잔장시에서 태어난 중국 국내파 AI 전문가다. 학창 시절 수학 천재로 불린 그는 2002년 대입에서 수석을 차지, 공학 분야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일찍부터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확신했다. 2015년 대학 친구와 함께 헤지펀드를 세워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도입해 우리 돈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량원펑은 이 수익으로 AI 연구소를 운영하다가 딥시크를 창업했다. 딥시크 연구 인력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뤄푸리(30)다. 그는 최근 다른 기업으로부터 연봉 20억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뤄푸리는 베이징사범대 전자과를 거쳐 베이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 언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오픈AI와 맞먹는 고성능 모델 개발의 주역이다.

중국 정부, 첨단 기술 육성 정책으로 기업 지원...고교 수재들 이공계 진학 열풍

이들과 함께 로봇업체 ‘유니트리’의 왕싱싱(35) 창업자도 중국의 AI 인재다. 그는 저장과학기술대에서 전기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상하이대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관영 중국중앙TV가 ‘춘제’(중국 설)를 맞아 방영한 쇼에서 칼군무를 선보여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로 유니트리에서 만든 ‘H1’이다. 로봇업체 ‘즈위안 로봇’의 펑즈후이(32) 창업자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쓰촨성 청두의 전자과학기술대 졸업 후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과학기술 인재 지원 사업인 ‘천재 소년’ 프로젝트에 발탁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은 뛰어난 토종 인재들을 영입하여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중국 국내파 연구원들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일찍부터 첨단 기술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술 관료 우대 정책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의 절반이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전공(이공계)을 정리한 온라인 게시물도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고교생들은 ‘부자되는 길은 이공계’란 말을 되뇌이며 대학 전공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공계 위기’ 20년 지속...대한민국의 미래 흔들리나

한국은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이공계 출신들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평생 면허가 나오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등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반도체 학과는 등록금 면제-취업 보장 등 파격적인 혜택에도 정원 채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의대 졸업 후 동네 의사로 안주하는 것도 문제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은 실패했다. 연구실보다는 환자 진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봉이나 미래를 볼 때 진료 의사가 낫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여행 도중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판을 보면 뿌듯해진다. 미국에서 팔리는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절반이 삼성, LG 제품이다. 요즘 삼성전자 위기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공계 위기 20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이공계의 위상 추락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로 끊임없이 몰리면서 AI 산업에서도 세계 최정상권에 진입했다.

요즘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의 미래는 과학기술이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힘을 모아 다시 한번 ‘과학 입국’(과학으로 국가 번영)을 외치며 실천할 때다. 우리나라 고교 수재들도 ‘부자되는 길은 이공계’란 말을 되뇌이며 대학 전공을 결정하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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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l*** 2025-02-06 08:26:52

      동의합니다. 예산마저 깍는 현 시점에서 해 볼 도리가 없잖아요. 정부 IT 예산 부터 증액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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