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16주 약 복용 vs 달리기…효과는?

우울증 불안 증세 완화 효과는 비슷…신체건강 개선 효과는 달리기가 한 수 위

국내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0만744명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20대 여성 환자가 12.1%로 가장 많았다. 운동 등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자료=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환자가 16주 동안 항우울제를 먹거나 달리기를 할 경우 달리기의 정신적·신체적 개선 효과가 전반적으로 더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물 복용과 운동이 우울증 불안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운동은 체중, 허리둘레, 혈압, 심장 기능까지 추가로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리예대 연구팀은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1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브렌다 페닌스 교수(정신과)는 “이는 항우울제와 운동이 우울증 환자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미치는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첫 번째 임상시험 결과”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7~10일(현지시간)에서 열리는 유럽신경정신약리학회 학술대회에서다.

연구팀은 참가자 141명에게 우울증 치료의 수단으로 항우울제(SSRI)의 복용과 운동(달리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45명은 항우울제를 선택했고, 96명은 달리기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16주 동안에 걸쳐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함께 달리기를 하도록 했다. 항우울제 그룹에는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하게 했고, 달리기 그룹에는 주당 2~3회에 걸쳐 45분씩 뛰게 했다.

항우울제를 택한 그룹이 달리기를 택한 그룹보다 우울증이 약간 더 심했다. 중도 탈락율은 달리기를 택한 그룹이 훨씬 더 높았다. 임상시험 계획의 준수율이 항우울제 그룹은 82%였으나 달리기 그룹은 52%에 그쳤다.

연구 결과 두 그룹의 약 44%가 각각 우울증 및 불안장애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달리기 그룹은 체중, 허리둘레, 혈압, 심장기능(심박수)도 개선됐지만 항우울제 그룹은 이런 대사 지표가 약간 더 나빠졌다. 페닌스 교수는 “항우울제를 택한 그룹의 신체 상태는 약간 더 나빠졌고 달리기를 택한 그룹의 신체 상태는 상당히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항우울제 치료는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 복용량을 철저히 지키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일상적인 행동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운동은 우울증 및 불안장애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앉아서 지내는 생활’ 방식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밖으로 나가 목표를 설정하고 체력을 향상시키고 그룹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페닌스 교수는 “대부분 사람이 항우울제를 잘 복용하는 반면, 달리기 그룹의 약 절반만이 주 2회의 운동요법을 준수했다. 환자에게 달리기를 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신체활동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항우울제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심장병 환자에게 일으킬 수 있는 신경계 활동의 조절장애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완화되면 항우울제 복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암스테르담대 의대 에릭 루헤 박사(정신과)는 “무작위 배정 연구에 비해 그룹 간 비교가 편향됐을 수 있다. 결과를 너무 단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Medication and lifestyle interventions in regulating immune function and mental health)는 ≪정동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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