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지우개’…이런 병 걸리면 기억력 떨어진다

요로감염, 당뇨, 불면증, 비타민결핍, 알코올 남용, 약물 부작용 등 다양

자동차를 어디에 세워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원인이 상당히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억을 잘 못한다고 모두 치매(알츠하이머병) 탓이 아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았어도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어디에 뒀는지 깜빡깜빡 할 수 있다. 방금 밖에 있다가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왜 그랬는지 한참 동안 기억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치매 외에도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꽤 많다.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각종 감염, 약물 부작용 등으로 기억력이 나빠질 수 있다. 최근 기억력이 부쩍 떨어졌다면 관련 질병도 의심해 봐야 한다. 건망증과 인지력 저하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도리어 악화한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뉴욕시 레녹스힐 병원 앨런 마네비츠 박사(정신과)는 “기억 상실에는 가역적인 원인이 있다.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다가 회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잡지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운영하는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가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병 등 12가지’를 짚었다.

1.우울증

우울증에 걸리면 집중력 문제, 슬픔, 집중력 부족과 함께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과 건망증 사이의 관계는 간단치 않다. 미국 마이애미대 인지신경과학노화센터 마르셀라 키타이고로드스키 교수(임상신경심리학)는 “우울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중 하나여서 정확한 진단이 쉽지는 않다. 다만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기억력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요로감염

요로감염으로 환각, 착란 등 증상과 함께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적지 않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에 의하면 이런 증상은 대개 갑자기 나타난다. 간단한 소변검사로 세균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감염됐다면 항생제로 치료받아야 한다. 마네비츠 박사는”노인은 심한 경우 요로감염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사람의 요로감염 증상에는 소변볼 때의 통증(배뇨 통증), 소변을 보는 횟수 증가, 소변의 심한 냄새 등이 있다.

3.정상압수두증

정상압수두증(normal-pressure hydrocephalus, NPH)은 척수액이 뇌에 쌓여 발생한다.  뇌척수액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뇌에 압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걷거나 소변을 보는 데 문제가 생기며 방향감각을 잃고 착란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은 빠르게 진행된다.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는 정상압수두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뇌출혈, 뇌종양, 두부 손상, 감염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4.라임병

진드기에 물려 라임병에 걸리면 심한 피로와 함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올바른 단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라임병을 옮기는 진드기에 물린 직후 또는 몇 년 뒤 기억력 저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고 최근 기억력이 뚝 떨어졌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항생제 등 요법의 도움이 필요하다.

5.경막하 출혈

경막하 출혈(경막하 혈종)은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으로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의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와 뇌 경막 사이에 피가 고이는 병이다. 뇌를 압박할 수 있으며 3주 이상 지난 뒤 두통, 의식장애가 생기고 의욕이 뚝 떨어지고 주의력과 집중력에 이상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매사에 무관심하고 행동에 변화가 있고 혼란스러움을 겪는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에 시달린다. 미국신경외과의사회에 따르면 두부 외상에 속하는 뇌진탕도 기억 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

6.갑상샘기능저하증

갑상샘기능저하증은 갑상샘(갑상선)이 신진대사와 각종 신체 기능에 필요한 갑상샘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 생긴다. 이는 장단기 기억력, 학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의하면 자가면역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병은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치료한다. 드물지만 갑상샘기능항진증도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7.비타민 결핍증

비타민B, 특히 비타민B12가 부족한 노인은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비타민 결핍증을 치료받으면 상태가 저절로 좋아진다. 마네비츠 박사는 “비타민B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비타민B12 결핍증을 앓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육류, 생선, 가금류, 유제품(우유, 요거트, 치즈), 계란, 시리얼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8.당뇨병

당뇨병에 걸려도 급성 또는 만성 기억력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혈당 수치가 너무 떨어져 저혈당증이 나타나면 치매에 걸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당뇨병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뇌 동맥에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9.불면증 및 수면 부족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기억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 부족은 기억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코골이를 동반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위험할 수 있다. 지속적양압치료기(CPAP)를 쓰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0.뇌종양

뇌종양은 부위에 따라 기억력, 사고력, 추론, 인지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자료를 보면 뇌종양의 약 30%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양성 종양(수막종)이다.

11.알코올 남용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사람은 심한 기억력 감퇴를 겪을 수 있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 및 알코올중독연구소(NIAAA)에 의하면 술을 몇 잔만 마셔도 기억력 상실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술을 장기간에 걸쳐 많이 마시면 만성적인 기억력 문제로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마네비츠 박사는 “술을 1년 정도 끊으면 기억력 등 신체 능력을 상당히 많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와인을 마시지 않는 건강한 생활방식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2.약물 부작용

아편제, 수면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 각종 약물은 건망증과 착란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조슈아 니즈닉 조교수(노인의학)는 “이런 약물 부작용은 특히 노년층에게 많이 나타나며 위험하다”고 말했다. 노인이 더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경향이 있고 그들의 몸이 약을 쉽게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도 약물에 취약할 수 있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면 그렇다. 약을 끊으면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지만, 사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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