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지방이 심장에 독이라는 미신

[소아크론병 명의 최연호의 통찰]⑩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34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햄버거 매니아였다. 1955년 9월 어느 날, 64세의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심근경색이었다. 이날 점심 식사 메뉴는 햄버거였다. 아이젠하워가 병원 치료 뒤 회복돼 백악관으로 돌아오자 주치의였던 하버드대 의대 폴 화이트 박사는 한 신문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장병에 대한 소견’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 화이트 박사는 “대통령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동맥경화는 스트레스와 거의 관계가 없고 과체중과도 관계가 없다. 내 소견으로는 대통령의 심장병이 지나친 지방 섭취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안셀 키즈 박사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는 그들의 연구에서 지방을 관상동맥 혈전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래서 나는 햄버거 매니아인 대통령에게 저지방 식단을 권했다.”라고 썼다.

그리고 다음날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인 사망원인 1위 심장병’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안셀 키즈 박사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다. 그날 이후로 아이젠하워의 식단에서 햄버거 같은 고지방 음식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안셀 키즈 박사는 의사가 아닌 생리학자로 식이 포화지방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세워 콜레스테롤과 동물성 지방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식이 지방 섭취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의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미국, 이탈리아, 핀란드,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네덜란드, 일본 등 7개국에서 40세 이상 성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안셀 키즈의 전설적인 ‘7개국 연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키즈는 자신의 가설에 맞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7개 국가만을 분석에 포함시켰다. 포화지방, 즉 동물성 식이를 주로 하는 프랑스나 스위스를 연구분석에 넣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컸다.

다시 말해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다른 16개국을 포함하여 동물성 지방 섭취율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비교했다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나올 수 있었는데 키즈 박사는 ‘표본선정 편향(Selection bias)’으로 옳지 않은 결과를 도출한 셈이었다. 그는 7개국 연구를 토대로 1959년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이 책은 바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이후 사람들의 식습관이 동물성 지방 섭취에서 식물성 지방으로 옮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마가린은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오히려 우리의 건강에 더 나쁘다. 지금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이 관상동맥 질환을 잘 일으킨다는 개념이 일반 상식이 된 것은 키즈 박사의 연구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1977년 17개국의 과학자 77명이 국제 공동 연구 단체인 ‘코크란 연합’을 창립하였다. 이들은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샅샅이 뒤져서 의미있고 정확하게 연구를 수행한 27건의 논문을 확인하였다.

이들 연구는 대상자 수가 평균 1만 명 가량이었고 연구 기간은 평균 3년이었다. 결론은 이랬다. “식이 요법은 그것이 저지방식이든, 콜레스테롤 저하식이든 상관없이 수명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고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구상의 가장 고급 음식 중에는 동물성 지방 같은 천연 포화지방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이 많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동물성 지방을 즐긴다. 자연은 인간에게 독이 되는 나쁜 지방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천연 지방은 섭취하고 가공 지방을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지방은 가공과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열을 충분히 견딜 수 있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비틀어진 독성 지방과 엄연히 구별된다.

단지 성인병 혈액 검사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이 있기는 한데,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에는 연연하지 말고, LDL이 HDL 콜레스테롤 값의 3배 이내, 그리고 중성 지방 값을 150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맛 있는 음식을 맘껏 즐겨도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자연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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