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말기 엄마, 발달장애 딸을.. “저는 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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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말기에 이혼, 생활고 그리고 딸은 중증 발달장애… 그래도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었을까?

“저도 딸과 같이 가려고 했어요. 저는 죄인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친딸을 살해한 50대 말기 암 환자는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하자 “어떠한 죄라도 달게 받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2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김영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살인 혐의 사건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우울증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도 자살하려고 한 점은 참작 사유지만, 무고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그 순간 제 몸에서 악마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2일 새벽 3시쯤 시흥시 자택에서 20대 딸 B씨(지적장애 3급)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다음날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내가 딸을 죽였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갑상선 말기 환자인 A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단둘이 살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선고 재판은 다음 달 20일 열린다.

◆ 발달장애? …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이 느린 경우

발달장애는 어느 특정 질병이나 장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 몸 움직임 이상 등으로 인해 나이에 맞게 성장하지 못한 상태를 모두 의미한다.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성장이 또래보다 크게 느려서 사회생활에서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발달장애 진단에는 사회성이 가장 중요하다. 증상으로 언어나 운동 발달이 느린 것이지만 개인차가 크다. 발달 장애가 의심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의 원인은 유전, 뇌 손상, 각종 신체 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유전적인 요인은 임신부의 면역 시스템 등에 일부 원인이 있을 뿐 전적으로 부모 탓은 아니다.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자궁 내 감염, 진행성 뇌병변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아이의 발달장애는  자신들의 탓이라고 부모가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 운동 발달 장애의 흔한 원인은 뇌성마비, 말초신경 및 신경근 질환, 정신지체, 근육 질환 등이다. 언어 발달 장애의 원인은 청력 소실, 정신지체, 자폐증 등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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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에 맞는 치료, 일찍 시작해야

발달장애 치료는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언어 치료, 약물 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이 포함된다. 의사와 상의해 개인의 특징에 맞는 치료를 일찍 시작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발달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발달 장애가 의심되면 일찍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 전에 전염성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이 있는지 검사하고, 음주와 흡연, 약물 오남용을 조심해야 한다. 가족 중에 발달장애,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 비극적 사건 되풀이…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도와주세요”

발달장애 아이에 대한 국가적 돌봄 체계가 미흡해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의 날’인 20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원서비스 및 정책의 부족으로 인해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일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어 2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와 관련해 인수위 측의 책임 있는 답변이 올 때까지 오늘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반복하는 우리 가족들의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최소한 낮 시간 만이라도 지원 체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장애인, 발달 장애, 중증장애 가족들에게 아픔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국정 과제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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