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5일 (수)

“내 암세포로 백신 만들었다”…세계 최초 ‘맞춤형 폐암 백신’ 맞은 68세女, 효과는?

자신의 종양 DNA로 백신 제작…면역항암제에 내성 생긴 진행성 폐암 치료 가능성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진행성 폐암을 앓는 영국 여성 크리스 존스(왼쪽에서 넷째)가 자신의 종양 DNA를 이용해 만든 맞춤형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았다. 리버풀 클래터브리지 암센터 연구진과 함께 선 존스. 사진=UK Research and Innovation

진행성 폐암을 앓는 영국 여성이 자신의 종양 DNA를 이용해 만든 맞춤형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은 사례가 공유됐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암의 내성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BBC, 미러 등 최근 보도에 따르면 머지사이드주 호이레이크에 사는 크리스 존스(68)는 리버풀 클래터브리지 암센터에서 진행하는 초기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크리스는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있다. 면역항암제 치료에 어느 정도 반응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종양내과 전문의 카를레스 에스크리우 박사는 치료 환자 가운데 약 절반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며, 처음에는 면역항암제에 반응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암이 치료를 피하는 방법을 익혀 내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맞춤형 백신으로 면역체계를 강화해 치료 반응이 오래 이어지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백신은 크리스의 종양에서 채취한 조직을 분석해 제작했다. 연구진은 암세포의 DNA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합성 DNA 백신을 설계했다. 이 합성 DNA는 독특한 모양 때문에 ‘도기본(doggybone·개 뼈다귀 모양)’으로 불린다. 일반적인 박테리아 기반 DNA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 개인 맞춤형 백신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는 약 10년 전 큰딸 알렉스를 전이성 유방암으로 잃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딸에게도 이런 치료법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며 “임상시험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이 자신의 삶을 연장하고 앞으로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크리스는 백신 접종 6주 뒤 영상검사를 받아 종양이 줄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초기 임상시험에는 모두 10명이 참여하며, 24주 동안 백신을 7회 맞는다. 리버풀대학교와 클래터브리지 암센터, NHS 혈액·이식기관, 유전학 및 면역치료 전문기업들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오텐스마이어 교수와 나탈리아 사벨리에바 교수는 면역체계의 감시를 피해 온 종양을 면역세포가 다시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백신이 진행성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높이고, 폐암 백신을 활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폐암 10명 중 8~9명은 ‘비소세포폐암’…유전자에 따라 치료 달라져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의 크기가 작고 빠르게 퍼지는 소세포폐암을 제외한 폐암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며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이 포함된다. 선암은 폐 바깥쪽에서 자주 발견되고 비흡연자와 여성에게도 생길 수 있다.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지만 간접흡연, 라돈, 석면, 대기오염, 직업성 유해물질 노출도 발생 위험을 높인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며 암이 자라면 계속되는 기침, 피 섞인 가래, 숨참, 흉통, 쉰 목소리,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비소세포폐암 포함 국내에서 새로 진단된 폐암 환자는 3만2953명으로 전체 암의 11.4%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은 64.4명이었다. 남성 환자는 2만1846명, 여성은 1만1107명이었다.

치료는 암의 병기와 조직형, 환자의 건강 상태, 종양의 유전자 변이와 PD-L1 발현 정도를 함께 살펴 정한다. 초기에는 수술이 중심이며 수술 전후로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항암제를 병용할 수 있다.

진행성 암은 EGFR·ALK 등 치료 가능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고, 변이가 없거나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면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고려한다. 같은 비소세포폐암이라도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이 달라 조직검사와 유전자 검사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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