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아파요.”
진석(19세)은 밤새 복통으로 시달리다 아침 일찍 근처 의원을 찾았다. 혈액검사와
복부 X선검사 결과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이라고 하여 즉시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입원실로 올라와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으며 누워있는데,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의사는
하루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며 다독거렸다.
그러나 수술 다음날 체온이 38℃까지 오르고, 수술때 배에 꽂아 놓은 튜브에서
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강력한 항생제를 투약하였지만 3일이 지나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다. 괜찮다던 의사는 당황하여 119를 불러 대학병원으로 응급후송하였다. 패혈증이
의심돼 개복(開腹)하니 잘라냈다던 맹장은 곪은 채 그대로 있고, 그 옆에 있는 S자결장(대장의
일부)이 절제도 있었다. 잘못 잘라낸 부위마저 제대로 꿰매지 않아 음식물이 복강내로
들어가 썩으면서 복벽(장을 싸고 있는 근육)에까지 염증이 발생하여 심한 악취가
났다. 맹장을 절제하고 고름과 썩은 근육을 모두 걷어낸 후 인공복벽을 만드는 등
3년에 걸쳐 15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복근손상과 심한 우울증으로 공과대학을 중퇴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S자결장을 충수돌기로 오인하여 잘못 절제하고, 절제한
부위를 충분히 봉합하지 아니하여 패혈성 쇼크와 복벽손상을 일으켜 정신과치료까지
받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맹장수술은 흔한 수술이지만 S자결장과 혼동하거나 봉합부위가 터져 복막염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떼어낸 조직이 맹장인지 병리검사를 하거나 이상증상에
대해 일찍 조치하였다면 진석의 꿈 많은 대학시절을 잃어버리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