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 남성이 2일 전부터 악화된 복통과 흉통, 그리고 2주 전부터 지속된 메스꺼움과 구토, 피로감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1년전 맹장염(충수돌기염) 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당시 체온이 38.2°C였고 혈액 검사에서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 단백질이 121 mg/L로 치솟아 있었다.
초기 흉부 X선과 복부 CT 검사에서 오른쪽 폐 밑에 폐렴 증상이 관찰됐고 흉막 안에 액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차는 상태(흉막 삼출), 그리고 간 캡슐 상부를 누르는 불규칙한 횡격막 밑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이틀 뒤 호흡 곤란과 고열이 심해져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흉부 X선 검사 결과 흉막 삼출액이 눈에 띄게 불어나 있었다.
흉강에 배액관을 넣어 뽑아낸 흉막액을 분석한 결과 액체는 pH 7.03의 탁한 농흉으로 확인됐다. 배양 검사에서는 위장관에 주로 존재하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배액술에도 환자의 상태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자 의료진은 연속 촬영한 CT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1년 전 급성 충수염으로 복강경 절제술을 받았을 당시 남겨졌던 작고 단단한 충수결석이 횡격막 부근에 머물다 점차 흉강 안쪽으로 옮아가 감염의 불씨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환자는 흉부외과로 보내져 비디오 보조 흉강경 수술로 고름을 완전히 비우고 흉막 박리술을 받았다. 환자는 수술 후 항생제 치료와 함께 상태가 빠르게 호전돼 퇴원했다. 6주 후 추적 관찰 검사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왕립더비병원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Empyema as a Rare Complication of a Migrating Appendicolith)를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흉막 농양은 흉막강 안에 고름이 가득 차는 흉막 감염의 매우 심각한 형태다. 12개월 이내 환자 사망률이 최대 20%나 된다. 대다수의 흉막 농양은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 같은 폐 감염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주로 스트렙토코쿠스 계열의 그람양성균이 원인이 된다. 반면 복부 감염으로 흉막 농양이 생기는 경우는 전체의 1~2%에 그친다. 주로 담낭 절제술이나 비장 절제술 등 복강 내 수술 직후 횡격막 아래에 고름집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도 매년 수만 명의 환자가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받고 응급 수술을 받는다. 국내 충수절제술 건수는 연간 10만 건에 육박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대다수의 환자가 별다른 합병증 없이 안전하게 회복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수술 당시 미처 배출되지 못한 미세한 충수결석이나 염증 조직이 복강 내에 남을 경우, 횡격막을 침식하거나 미세한 결손 부위를 통해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흉부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흉부와 복부는 횡격막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어 이런 전이가 발생하면 초기 진단에서 폐렴이나 단순 흉막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흉막 감염이 발생할 때는 과거 수술 이력을 면밀히 살피고 정밀 영상 평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맹장 수술을 했는데 1년이나 지나서 가슴에 고름이 생길 수 있나요?
A1. 네, 매우 드물지만 가능합니다. 수술 당시 배출되지 못하고 남은 단단한 분변 덩어리인 충수결석이 몸속에서 오랜 기간 염증을 일으키며 횡격막 부근을 통해 흉강 안쪽으로 이동해 농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2. 폐렴이 아닌데도 흉막 농양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A2. 전체 흉막 농양의 대다수는 폐렴의 합병증이지만, 1~2% 정도는 복부 감염이나 복부 수술의 여파로 발생합니다. 횡격막 아래에 고름이 고이거나 이물질이 이동하면서 흉강으로 감염이 번질 수 있습니다.
Q3. 이 사례의 경우 진단이 왜 그리 어려웠으며 어떻게 해결했나요?
A3. 복부 수술과 흉부 증상 발현 사이에 1년이라는 긴 공백이 있어 의사들이 두 질환을 연관짓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방사선과 전문의가 과거와 현재의 CT 영상을 연속으로 꼼꼼하게 비교·검토한 덕분에 숨겨진 이동성 충수결석을 찾아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