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6일 (금)

“떨어진 거 주워 먹으면 맹장 터져”⋯전현무의 말은 사실일까 [메디:팩트] 

[팩트체크] 음식 위생부터 식습관까지⋯충수염 발병 원인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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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오징어 반찬을 바닥에 떨어뜨린 기안84의 영상을 본 김대호가 “빨리 주워먹어라”고 조언하자, 박지현이 “3초가 지나서 안 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사진=MBC 화면 캡쳐

“맹장 조심하시고⋯.”

지난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가 기안84에게 건넨 말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안84가 제주도 바닷가에서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먹다가 오징어 반찬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나 기안84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반찬을 주워 밥 위에 올렸고, 이를 본 전현무가 농담 섞인 경고를 던졌다.

앞서 지난해 방송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박나래가 땅에 떨어진 고기를 다시 굽자 기안84는 “괜찮아, 내가 먹을게”라고 했고, 전현무는 “안 돼, 맹장 터진다고”라며 강하게 말렸다.

땅에 떨어진 음식을 둘러싼 속설은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음식이 바닥에 떨어져도 3초 안에 주워 먹으면 괜찮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나 혼자 산다’에서 오징어 반찬을 주워담는 기안84의 모습을 본 박지현도 “(떨어진 지) 3초 지났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떨어진 음식을 금방 주워 먹으면 정말 안전할까. 비위생적인 음식 섭취가 맹장염(급성 충수염)을 유발할 수도 있을까.

코메디닷컴이 소화기내과 전문의 의견과 관련 연구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2025년 10월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떨어진 음식도 먹어도 상관 없다”고 하자, 전현무가 “맹장 터진다”며 반박하고 있다. 사진=MBC 화면 캡쳐

① 땅에 떨어진 음식 먹으면 맹장 터진다? 

흔히 맹장염이라 부르는 질환의 정확한 명칭은 ‘급성 충수염’이다. 맹장에 붙어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충수의 입구나 내부 통로가 막히면서 발생한다. 딱딱하게 굳은 대변 덩어리인 충수결석이나 림프조직 비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충수염의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비위생적인 음식 섭취가 충수염을 직접 유발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김현건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거나 비위생적인 식습관을 갖는 것이 급성 충수염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며 “충수염은 주로 변석에 의한 충수 입구 폐쇄와 관련이 있으며, 이 밖에도 면역·감염 반응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염이 충수염 발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NIDDK)는 감염으로 충수 조직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충수염의 가능한 원인 중 하나로 설명한다. 다만 이 같은 감염 관련 기전이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충수염에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충수염은 배꼽 주변에서 시작된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거나 식욕 저하,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충수 천공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충수염은 환자마다 진행 양상이 달라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복통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증상만으로 판단하거나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② 식습관이 나쁘면 충수염에 잘 걸린다?

식습관과 충수염의 연관성도 꾸준히 연구돼 왔다. 특히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한 식습관이 충수염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2025년 11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세계외과학저널(World Journal of Surgery)》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고 육류와 당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은 충수염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는 충수염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식이섬유 섭취량의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의 질과 결과의 일관성에도 한계가 있어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식습관과 충수염의 연관성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이섬유 섭취 부족이나 변비가 충수염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고 인과관계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충수염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정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충수염은 발생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충수염을 확실히 예방하는 것으로 입증된 식사법이나 생활습관은 없다”고 덧붙였다.

채소·과일·통곡물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는 전반적인 장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이런 생활습관이 충수염 예방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③ 떨어진 음식, 3초 안에 먹으면 안전하다?

땅에 떨어진 음식도 ‘3초 안에 주워 먹으면 안전하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접촉만으로도 음식에 세균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 음식과 바닥의 접촉 시간에 따른 세균 이동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박과 빵 등 식품 4종과 타일, 나무 등 표면 4종을 대상으로 총 2560회에 걸쳐 세균 이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세균 이동 정도는 식품의 종류와 표면 재질, 접촉 시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수분이 많은 수박에서는 표면에 닿은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세균이 옮겨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음식의 종류와 바닥의 재질 등에 따라 3초 이내에도 세균이 옮겨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세균이 음식에 옮겨갔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은 세균의 종류와 오염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오염된 음식은 식중독이나 감염성 장염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를 충수염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며 “세균은 음식이 바닥에 닿는 순간 옮겨갈 수 있는 만큼, 접촉 시간이 짧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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