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3일 (화)

치통 10일 앓다가 극심한 복통⋯배 열었지만 원인은 '가슴속 감염'

38세 남성, 어금니 감염 목 거쳐 가슴까지 확산⋯복막염 의심했지만 복부에서 원인 못 찾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치아 주변에서 시작된 세균 감염이 목 깊은 조직을 따라 가슴속 종격동까지 퍼지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종격동에 감염이 번지면 심각한 염증이 생기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림=AI 생성

열흘 동안 치통을 앓고 얼굴까지 부어올랐던 38세 남성이 갑자기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복막염을 의심했지만 배를 열어보니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이후 검사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치아에서 시작된 감염이 목을 거쳐 가슴속까지 번져 있었다.

이란 알보르즈의대 등의 연구진은 이런 희귀증례를 2일 국제학술지 《의학증례보고저널(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에 발표했다.

어금니 감염, 목 깊은 조직 따라 가슴까지 번져

남성은 병원에 오기 12시간 전부터 심한 복통과 구토를 겪었다. 체온은 38.6도였고 맥박은 분당 118회로 빨랐다.

배를 눌렀다가 손을 떼면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의료진은 장에 구멍이 났거나 충수염이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해 응급 개복수술을 했다. 그렇지만 수술에서는 복통을 설명할 만한 이상을 찾지 못했다.

수술 후에도 고열이 이어지자 의료진은 앞서 나타난 치통과 얼굴이 부어오른 증상을 다시 살폈다. 수술 약 15시간 뒤 목과 가슴 등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한 결과, 오른쪽 어금니 주변에서 시작된 감염이 목 깊숙한 곳을 지나 가슴까지 퍼져 있었다. 왼쪽 폐를 둘러싼 공간에도 고름이 차 있었다.

양쪽 폐 사이에는 심장과 기관, 큰 혈관 등이 자리한 '종격동'이 있다. 치아에서 시작된 감염이 목 깊은 조직을 따라 이곳까지 퍼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은 종격동의 구조를 보여주는 해부학 그림으로, 기사 속 환자의 실제 병변은 아니다. 그림=Patrick J. Lynch·C. Carl Jaffe, CC BY 2.5

진단명은 '하행성 괴사성 종격동염'이었다. 종격동은 양쪽 폐 사이에 심장과 기관, 큰 혈관 등이 자리한 공간이다. 치아 주변의 세균이 목의 깊은 조직을 따라 아래로 퍼지면서 가슴속에 심한 염증을 일으키고 주변 조직까지 손상한 것이다.

가슴속 감염인데 왜 배가 아팠을까?

연구진은 가슴의 염증 때문에 복통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폐를 둘러싼 흉막의 염증이 신경을 자극하면 가슴에서 생긴 통증을 배에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한 염증으로 장운동이 느려져 복통과 구토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복막염과 비슷한 증상까지 나타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감염된 치아를 뽑고 목과 가슴에 고인 고름을 빼내며 항생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감염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였다. 패혈성 쇼크로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고 여러 장기의 기능도 나빠졌다. 의료진은 추가 수술을 계획했지만 환자 상태가 악화돼 시행하지 못했다. 남성은 입원 5일째 사망했다.

이번 사례는 치아 감염도 드물게 목과 가슴까지 번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치통이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얼굴이 부어오르고 열이 난다면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목까지 붓거나 입을 벌리고 삼키기 어려워지면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곧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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