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2일 (월)

4년 전엔 괜찮았던 약인데⋯66세 여성, 다시 복용한 뒤 '피해망상'

정신질환 병력 없는 대장염 환자⋯약 복용 약 일주일 뒤 증상 시작, 감량 후 호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과거에 문제없이 복용했던 약이라도 다시 복용할 때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약을 정리하는 모습으로, 기사에 등장하는 환자 및 약물과 무관하다. 사진=Pexels/Kampus Production

4년 전 별문제 없이 복용했던 대장염 치료제를 다시 먹은 66세 여성이 뜻밖의 정신증상을 겪었다. 돈 문제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심에 사로잡혔고, 심한 불안과 불면증까지 나타났다. 과거 정신질환을 앓은 적도 없었지만 결국 정신과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여성이 복용한 대장염 치료제를 의심했다.

미국 오클랜드대 윌리엄 보몬트 의대의 콘래드 펠런과 이브라힘 사블라반 연구진은 이 사례를 10월 29일 국제학술지 《일차진료 중추신경계질환(Primary Care Companion for CNS Disorders)》에 발표했다.

여성은 물설사가 반복되는 '현미경적 대장염'을 앓고 있었다. 대장내시경으로 살펴봐도 염증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조직을 떼어 현미경으로 검사하면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다.

여성은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인 '부데소니드'를 하루 9mg씩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 일주일 뒤 돈 문제에 관한 피해망상과 심한 불안, 불면증이 나타났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식사량도 줄었다. 증상은 수주 동안 이어졌다.

뇌 CT와 혈액검사에서는 정신증상을 설명할 만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이전 치료 기록을 확인하자 복용량에 차이가 있었다. 여성은 4년 전 부데소니드 3mg을 복용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는 그 세 배인 하루 9mg을 복용한 뒤 정신증상이 나타났다.

부데소니드는 장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제다. 몸에 흡수된 약물 대부분을 간에서 분해하기 때문에 다른 일부 스테로이드제보다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하지만 정신과적 이상반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 망상 같은 심각한 정신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보다 높은 용량을 복용했을 때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테로이드제는 일반적으로 복용량이 많을수록 정신과적 이상반응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번에 복용한 하루 9mg은 현미경적 대장염 치료에 사용하는 통상적인 용량이었다.

의료진은 부데소니드를 하루 6mg씩 7일, 이어 3mg씩 7일 투여하며 용량을 줄였다. 이후 불안과 망상이 차츰 가라앉았고, 여성은 자신이 믿었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깨달았다. 항정신병약은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입원 중 불안장애 치료를 위해 항우울제 세르트랄린을 투여했다. 여성은 평소 정신 상태를 되찾고 퇴원했다.

연구진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시점과 감량 후 증상이 호전된 경과를 근거로 부데소니드의 영향을 의심했다. 다만 환자 한 명의 사례여서 약물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거나 복용량 차이 때문에 증상이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사례는 과거에 문제없이 복용했던 약이라도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뒤 갑자기 심한 불면증이나 불안, 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약을 임의로 끊거나 용량을 바꿔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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