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심 약 3.7m의 수영장 바닥을 헤엄치던 10대 소년이 갑자기 이마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곧 심한 두통이 시작됐고, 며칠 뒤에는 이마와 눈 주위가 붓고 고열까지 났다. 검사 결과 코 주변의 염증이 이마뼈까지 번져 고름집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애리조나대 의대의 매케나 델린저와 카림 셰하브 연구진은 이 사례를 지난 10월 22일 국제학술지 《BMJ 증례보고(BMJ Case Reports)》에 발표했다.
하루 3~5시간 수영·잠수훈련⋯감기 증상에도 계속
소년은 미국 해군 특수부대 입대를 준비하며 수개월 동안 하루 3~5시간씩 수영과 잠수훈련을 했다. 물속에서 오래 숨을 참거나 거꾸로 몸을 움직이는 훈련도 반복했다.
병원에 입원하기 약 2주 전부터 기침과 콧물, 코막힘, 후각·미각 저하가 나타났다. 증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도 훈련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수영장 바닥에서 잠수하던 소년은 코 주변에 강한 압박감과 통증을 느꼈다. 이어 이마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부비동염을 의심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부비동은 코와 눈 주변 얼굴뼈 속에 있는 빈 공간으로,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부비동염 또는 축농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증은 계속 심해졌다. 체온은 39.2도까지 올랐고 이마와 눈 주위가 부어오르면서 오른쪽 시야까지 흐려졌다.
코 주변 염증이 어떻게 이마뼈까지 번졌나
CT 검사에서는 이마뼈 속 부비동과 코 주변 여러 부비동에 심한 염증이 나타났다. 이마뼈를 덮는 얇은 막인 골막 아래에도 고름집이 생겼다.
의료진은 이를 '포트퍼피종양'으로 진단했다. 이마뼈에 골수염이 생기고 골막 아래 고름이 고이는 드문 질환이다. 이름에 종양이 들어가지만 암은 아니다.
부비동의 감염이 이마뼈까지 번질 수 있는 이유는 뼈 속 혈관 구조에 있다. 이마뼈 내부에는 작은 정맥들이 지나가는데, 이 혈관을 따라 세균이 퍼지면 뼈에 염증을 일으키고 골막 아래 고름집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소년이 코막힘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잠수한 점에 주목했다. 감기로 부비동 입구가 부으면 물속에서 압력이 변해도 내부 압력을 제대로 조절하기 어렵다. 이때 부비동 점막에 작은 상처와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점액 배출까지 방해받으면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다만 연구진은 잠수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기존 세균성 부비동염만으로도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항생제 6주 치료 후 회복⋯코막힐 땐 잠수 피해야
의료진은 코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감염된 부비동을 치료하고 이마뼈 주변의 고름을 빼냈다. 검사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됐다. 다행히 감염은 뇌나 안구 주변 깊은 조직까지 퍼지지 않았다.
소년은 수술과 함께 정맥주사·먹는 항생제로 총 6주간 치료받았다. 이후 이마와 눈 주위의 부기가 가라앉았고, 약 2개월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남은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년은 회복한 뒤 운동에 복귀했다.
연구진은 코막힘이나 부비동염 증상이 있을 때 반복적인 잠수훈련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기나 축농증을 앓는 도중 심한 이마 통증과 발열, 이마·눈 주위 부종이 나타난다면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드물지만 감염이 뇌 주변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