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

“우울 증상 있으면 일도, 출근도 힘들다”⋯국내 직장인 분석해 보니

서울대병원·한국외대 연구팀, 20~49세 직장인 대상 조사⋯“우울 증상, 35세 미만은 결근·35세 이상은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와 연관성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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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증상이 있으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도 떨어질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울 증상을 겪는 직장인에게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렵게 회사에 나가더라도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평소라면 금세 끝낼 일에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우울 증상은 개인의 기분 문제를 넘어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우울 증상이 있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건강 문제로 결근하거나 출근 후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와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 연구팀은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 및 건강 상태와 업무 생산성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직업 환경 의학 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20~49세 직장인 1000명에게 우울 증상과 건강 상태·업무 생산성 등에 대해 물었다. 이후 조사 대상의 연령 중간값에 따라 35세 미만(489명)과 35세 이상(511명)으로 그룹을 나눠 비교했다.

우울 증상은 우울감·흥미 저하·수면 문제 등을 평가하는 9개 문항의 검사(PHQ-9)를 활용해 측정하고, 검사 결과 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이면 우울 증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업무 손실은 ▲결근(건강 문제로 일하지 못한 근무 시간의 비율) ▲프리젠티즘(출근은 했지만 건강 문제로 업무 능률이 떨어진 정도) ▲전체 업무 손실(결근과 프리젠티즘을 합친 지표)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각 지표가 조사 참여자 평균 이상이면 업무 손실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두 연령대 모두에서 우울 증상이 있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건강 문제로 인한 결근과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차이는 성별과 학력, 소득 등 다른 요인을 통계적으로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

특히 35세 미만에서는 우울 증상과 결근 사이의 연관성이 강하게 나타났고 35세 이상에서는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와의 연관성이 뚜렷했다. 

무엇보다 우울 증상이 있는 직장인은 없는 직장인보다 업무 손실 오즈(업무 손실이 없는 경우 대비 있는 경우의 비율)가 높았다. 성별, 학력, 소득 등 다른 요인을 반영해 보정한 오즈비(보정 오즈비)는 35세 미만에서는 결근 5.42배, 프리젠티즘 2.13배, 전체 업무 손실 2.43배였다. 35세 이상에서는 결근 2.89배, 프리젠티즘 4.78배, 전체 업무 손실 4.84배였다.

우울 증상뿐 아니라 평소 건강 상태도 업무 생산성과 관련이 있었다. 다만 업무 손실과 밀접하게 연관된 건강 요인은 연령에 따라 달랐다.

35세 미만에서는 신체적·사회적 건강이 좋은 직장인일수록 업무 손실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 신체적 건강이 좋다고 평가한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와 전체 업무 손실을 겪는 경향이 낮았다. 두 항목의 보정 오즈비는 각각 0.52로, 비교 집단의 약 절반 수준이었다. 사회적 건강이 좋은 경우에도 전체 업무 손실에 대한 보정 오즈비가 0.50으로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35세 이상에서는 정신적·영적 건강과 업무 손실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정신적 건강이 좋은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와 전체 업무 손실을 겪는 경향이 낮았다. 두 항목의 보정 오즈비는 각각 0.32로, 비교 집단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영적 건강이 좋은 경우에도 결근에 대한 보정 오즈비가 0.41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35세 미만에서는 신체적 활력과 직장 내 사회적 관계가, 35세 이상에서는 심리적 안정과 삶의 의미 등이 업무 생산성과 관련된 요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두 연령대를 비교했을 때 우울 증상이 있는 직장인의 비율은 35세 미만이 33.1%로, 35세 이상(27.0%)보다 높았다.

건강 문제로 일하지 못한 근무 시간의 비율도 35세 미만이 평균 6.8%로, 35세 이상(3.3%)의 약 2배였다. 출근 후 업무 효율 저하를 나타내는 프리젠티즘 수치 역시 35세 미만이 36.3%로 35세 이상(32.9%)보다 높았다. 전체 업무 손실도 각각 39.5%와 34.4%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모든 연령대에서 직장인의 우울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한편,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5세 미만에는 신체활동과 동료 간 관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35세 이상에는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챙김, 삶의 의미 찾기 등을 제안했다.

정주연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교수는 “연령에 따라 업무 손실과 관련된 건강 요인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연령별 특성에 맞춘 웰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도 “우울은 직장 생산성 저하와 가장 뚜렷하게 관련된 요인”이라며 “건강을 개인 문제나 기업 복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성원 건강에 투자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정주연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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