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 (월)

“잠 못 자면 내일 망칠 텐데”⋯밤마다 이런 걱정, 불면증 더 키운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 불면증 공개 건강강좌 참가자 182명 증상 변화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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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은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밤마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 초조해지기 쉽다. ‘오늘도 못 자면 내일은 어떻게 버티지’ 걱정하다 보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꼭 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억지로 잠을 청하는 행동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잠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강박을 내려놓는 것이 불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면증 공개 건강강좌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강연 4주 뒤 추적 조사에 참여한 10명 중 7명이 불면 증상이 나아졌다고 응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LEEP Advance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올 3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불면증 건강강좌 참석자 182명 가운데 연구 참여에 동의한 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강연 직전과 직후, 2주 뒤, 4주 뒤 수면 관련 생각과 증상을 평가했고 최종적으로 네 차례 설문에 모두 응답한 29명의 변화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1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72%였다.

강좌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먼저 불면증이 지속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잠에 대한 걱정을 한발 떨어져 바라보며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이어 졸릴 때만 침대에 눕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등 올바른 수면 습관을 익혔다.

그 결과 강연 4주 뒤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평가한 점수는 평균 4.52점에서 3.39점으로 약 25% 감소했다. 불면 증상 점수도 6.34점에서 5.07점으로 약 20% 낮아졌다.

잠에 대한 걱정에서 오는 정신적 부담을 평가한 점수는 5.38점에서 4.03점으로 약 25% 줄었다. 우울 증상 점수 역시 1.79점에서 1.10점으로 약 39% 감소했다.

특히 불면 증상은 강연 2주 뒤부터 개선되는 양상을 보인 반면,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4주 뒤 뚜렷하게 변화했다.

강연 직후 설문에 응답한 40명 가운데 52.5%는 ‘억지로 자려 하지 않고 지금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깨달음으로 꼽았다. 22.5%는 ‘걱정을 나와 분리해 바라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불면증을 개선하려면 잠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계속 시간을 확인하거나 다음 날의 피로를 걱정하면 오히려 각성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만큼잠들지 못하는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떠오르는 걱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졸리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려고 침대에 오래 누워 있기보다는 졸음이 올 때 눕는 것이 좋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침대에서 나왔다가 다시 졸릴 때 눕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TV를 보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일정한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불면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증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낮 시간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심한 코골이나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증상, 다리의 불편감 등이 동반된다면 다른 수면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윤창호 교수는 “‘오늘은 꼭 자야 한다’는 노력 자체가 뇌를 깨운다”며 “잠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잠이 오지 않는 지금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의 강연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치료 문턱 앞에 서 있는 많은 분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무작위 대조시험과 객관적인 수면 측정 등을 통해 효과를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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