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면 보통 간이나 담도(쓸개즙이 지나가는 길)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담도가 막히지 않았는데도 심한 황달과 열이 난다면 ‘렙토스피라균’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예멘 사나대학교 의대 의료진은 급성 담관염으로 오인하기 쉬운 렙토스피라증을 치료한 사례를 발표했다.
환자는 35세 남성 농부였다. 일주일 동안 발열과 윗배 통증, 양쪽 다리 통증을 겪었다. 눈 흰자위는 노랗게 변하면서 붉게 충혈됐다. 소변 색은 짙어졌고 대변은 옅어졌다. 온몸이 가렵기도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은 85/50㎜Hg로, 일반적인 저혈압 기준인 90/60㎜Hg보다도 낮았다. 혈액검사에서는 황달을 일으키는 색소인 빌리루빈 수치가 높게 나왔다. 염증 수치도 상승해 의료진은 처음에 급성 담관염을 의심했다. 담관염은 간에서 만든 담즙이 흐르는 통로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담석 등으로 통로가 막힐 때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복부 초음파에서는 담관이 막히거나 늘어난 흔적이 없었다. 의료진은 다른 증상에 주목했다.
남성은 소변량이 줄고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피를 멎게 하는 혈소판도 크게 감소했다. 특히 종아리 근육이 아팠고 눈이 충혈돼 있었다. 농사일을 하며 젖은 논밭에 반복해서 노출됐다는 점도 단서였다.
의료진이 의심한 것은 렙토스피라증이었다. 감염된 쥐 등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전파되는 세균 감염병이다. 균은 피부의 상처나 눈·코·입의 점막을 통해 몸에 들어올 수 있다. 초기에는 열과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 다른 감염병과 구분하기 어렵다. 심해지면 황달과 신장 손상 등을 동반하는 ‘바일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남성의 혈액에서는 실제 렙토스피라균에 대한 항체가 검출됐다. 의료진은 증상과 검사 결과, 작업 환경을 종합해 중증 렙토스피라증으로 판단했다.
남성은 입원 직후부터 항생제와 수액 치료를 받았다. 이후 신장 기능과 혈소판 수치 등이 점차 회복됐다. 나흘간 입원한 뒤 퇴원했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사흘 더 항생제를 맞았다. 치료를 마친 지 일주일 뒤에는 발열과 황달, 복통, 종아리 통증이 모두 사라졌다. 혈액검사 결과도 대부분 정상에 가까워졌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영상검사에서 담관 막힘이 보이지 않는 황달 환자라면 렙토스피라증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직업상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조기에 진단하고 신속히 항생제로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꾸준히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의 '2026년도 진드기·설치류매개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신고 환자는 2023년 59명, 2024년 70명, 2025년 53명이었다. 발생 시기는 9~11월에 집중됐다. 주로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에 접촉하면서 균이 상처 난 피부나 점막으로 들어와 감염된다. 특히 농작업과 수해 복구 작업 때 주의해야 한다. 논밭이나 침수 지역에서 작업할 때는 방수 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상처를 방수밴드로 덮는 것이 좋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임상증례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