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 (금)

피부 긁자 글씨처럼 부풀고 가렵다⋯FDA, ‘피부묘기증’ 첫 치료제 승인

노바티스 먹는 BTK 억제제 ‘랩시도’⋯3상 115명서 12주 완전반응 29.3%, 위약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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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의 경구용 BTK 억제제 ‘랩시도(Rhapsido·레미브루티닙)’ 25mg 제품병. 미국 FDA는 7일(현지시간)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성인 증상성 피부묘기증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사진=노바티스

피부가 손톱으로 긁히거나 옷에 스치기만 해도 그 자리를 따라 붉게 부풀어 오르고 심한 가려움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피부에 글씨를 쓴 듯 자국이 남는 ‘증상성 피부묘기증(symptomatic dermographism)’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질환 자체를 적응증으로 한 첫 치료제를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항히스타민제가 기본 치료였고,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약을 추가해왔다. 하지만 증상성 피부묘기증으로 FDA 허가를 받은 약은 없었다.

노바티스는 FDA가 7일(현지시간) 먹는 약 ‘랩시도(Rhapsido·성분명 레미브루티닙)’를 성인 증상성 피부묘기증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랩시도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신호 단백질인 브루톤 티로신키나제(BTK)를 막는다. 대상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H1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써도 증상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는 환자다.

랩시도는 지난해 9월 30일 미국에서 성인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 치료제로 처음 허가됐다. 이번 승인으로 증상성 피부묘기증까지 적응증이 넓어졌다.

12주 뒤 완전반응 29.3%⋯위약군은 14.0%

승인의 근거가 된 3상 ‘RemIND’ 연구에는 증상성 피부묘기증 성인 환자 1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랩시도 25mg을 하루 두 번 복용하거나 위약을 받았다.

연구진은 일정한 압력으로 피부를 긁어 반응을 확인하는 ‘FricTest’ 검사로 효과를 살폈다. 치료 12주째 피부를 긁어도 피부 일부가 갑자기 부풀어 올라 경계가 도드라져 보이는 ‘팽진’이나 가려움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환자는 랩시도군 29.3%(58명 중 17명), 위약군 14.0%(57명 중 8명)를 기록했다. 이런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효과는 비교적 일찍 나타났다. 치료 2주째 완전반응률은 랩시도군 29.3%, 위약군 8.8%였다.

증상성 피부묘기증은 만성 두드러기의 한 형태다. 2026년 국제 두드러기 진료지침은 만성 두드러기를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와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CIndU)’로 나눈다. 뚜렷한 외부 자극 없이 생기면 자발성, 특정 자극에 따라 나타나면 유발성이다. 피부묘기증은 후자에 속한다.

두 질환 모두 팽진과 가려움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발생 방식은 다르다.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는 특별한 외부 자극 없이 증상이 반복된다. 반면 피부묘기증은 긁힘이나 마찰·압력 같은 기계적 자극을 받은 부위를 따라 두드러기가 생긴다.

항히스타민제가 기본⋯오말리주맙은 피부묘기증 FDA 허가 없어

그동안 증상성 피부묘기증에는 졸림이 적은 2세대 H1 항히스타민제가 기본 치료로 쓰였다. 권장 용량을 써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 ‘오말리주맙’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말리주맙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글로불린E(IgE)를 표적으로 한다.

다만 오말리주맙은 미국에서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로 허가된 약이다. 증상성 피부묘기증을 포함한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 자체로 FDA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돼 실제 진료에서도 써왔지만, 이 질환에는 허가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랩시도 승인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피부묘기증 환자가 사용할 약이 처음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증상성 피부묘기증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FDA가 이 질환 치료제로 처음 승인한 약이다.

전용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데는 근거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증상성 피부묘기증 치료 연구를 분석한 문헌고찰에는 23개 연구, 성인 430명의 자료가 포함됐다. 연구 대부분은 규모가 작거나 오래됐고, 같은 치료 효과를 반복해서 확인한 자료도 부족했다.

랩시도는 알레르기 반응 과정에 관여하는 BTK를 억제한다. BTK는 비만세포 등이 활성화돼 히스타민 같은 염증 매개물질을 내보내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 신호를 막으면 비만세포가 내보내는 히스타민이 줄어 두드러기와 가려움을 완화할 수 있다.

증상성 피부묘기증 환자에게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앞서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임상에서 확인된 것과 대체로 비슷했다. 비교적 흔한 이상반응으로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는 비인두염, 출혈 관련 이상반응, 두통, 메스꺼움, 복통 등이 보고됐다.

출혈 위험에는 주의해야 한다. 미국 허가정보는 랩시도 복용 중 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술이나 출혈 위험이 있는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환자 상태에 따라 전후 3~7일간 약을 끊도록 권고한다.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4월 14일 랩시도를 성인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제로 허가했다. 대상은 2세대 H1 항히스타민제를 써도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다. 증상성 피부묘기증 적응증은 아직 한국에서 허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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