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8일 (목)

사노피가 돌려준 ‘에페’, 6년 만에 국산 비만치료제로 부활⋯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

권리반환 후 비만치료제로 재정립⋯시창 안착 과제는 체중감량 효과·가격 경쟁력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에페 제품 모습. 사진=한미약품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권리가 반환됐던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6년 만에 국산 비만신약으로 되살아났다. 한미약품이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비만치료제로 방향을 틀어 자체 임상을 진행한 결과다. 이르면 이달 말 출시가 예고된 한국산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도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한미약품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국내 개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은 건 처음이다.

사노피가 반환한 신약 후보물질, 비만치료제로 부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미약품은 2015년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노피에 기술이전했고, 사노피는 이후 약 6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2020년 당뇨·심혈관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개발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반환된 후보물질을 폐기하는 대신 비만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권리를 반환한 신약 후보물질을 원개발사가 다시 가져와 새로운 적응증으로 자체 개발해 품목허가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거 사노피가 당뇨병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던 자산이고, 심혈관질환 관련 혜택도 확인된 만큼 단순히 살을 빼는 약 외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과거 글로벌 임상에서는 심혈관·신장질환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주요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체중감량률 9.75%⋯위고비·마운자로와 비교하면?

남은 과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의 40주차 주요 결과(톱라인) 분석에서 평균 체중이 투여 전보다 9.75% 감소했다. 위고비는 68주차에 14.9%, 마운자로는 용량에 따라 72주차에 15.0~20.9%의 평균 체중감량률을 기록했다. 다만 시험기간과 환자 특성, 분석방법 등이 달라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64주까지 진행돼 종료됐지만, 최종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상 3상은 종료됐지만 현재 공개된 것은 40주차 데이터까지"라며 "64주차 결과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체중감량 수치를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한국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는 글로벌 임상에 포함되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평균 체중감량률만으로 효능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국인 대상 임상이라는 점에서 환자 구성 자체가 글로벌 임상과 다르다"며 "초고도비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평균 체중감량률만 놓고 다른 제품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에게서 직접 확보한 효능·안전성 자료와 상대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가격 경쟁력 확보할까⋯10만원대 공급설에는 선 그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가격이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제로 4주분 0.25mg 공급가격이 21만원, 마운자로는 2.5mg이 2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 제품 모두 비만치료 목적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제약사가 공급가격을 정하면 약국이 매입가격과 유통비용 등을 고려해 판매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같은 제품이라도 실제 환자 부담액은 약국별 판매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후발주자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어느 수준에서 공급가격을 책정할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한미약품은 아직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4주분 공급가격이 10만원대에서 책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0만원대라는 것은 모두 추측이며 회사 내부에서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며 "단순한 저가 경쟁보다 비용 부담으로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환자를 줄이는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빠르면 이달 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체중감량 효과만으로 선발 제품과 경쟁하기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한미약품의 국내 영업력을 활용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승민 연구원은 "직접 비교 임상은 아니지만 현재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위고비나 젭바운드(마운자로와 동일 성분)만큼의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며 "대신 가격 경쟁력을 갖고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도비만 환자보다는 체질량지수(BMI)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만 환자군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본다"며 "한미약품의 국내 영업력과 가격 경쟁력이 맞물리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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