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 빼려고 밥과 빵은 줄이고 지방은 많이 먹는 ‘저탄고지’ 다이어트. 탄수화물 섭취를 매우 적게 제한하는 케토제닉 식단이 대표적이다. 이 식단이 소장과 대장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에서는 종양이 늘고 대장에서는 종양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물학과 오메르 일마즈 부교수와 박사후연구원 제시카 셰이, 팡타오 치 연구진은 케토제닉 식단이 장의 부위에 따라 종양 발생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케토제닉 식단은 지방 비중이 높고 탄수화물은 매우 적은 식단이다. 탄수화물 공급이 줄면 신체는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와 같은 케톤체가 만들어진다. 2022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케토제닉 식단이 대장암을 억제할 가능성이 제시됐고, BHB가 그 효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이번 연구진은 소장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생쥐를 세 집단으로 나눠 케토제닉 식단, 대조 식단, 비만을 유발하는 고지방 고열량 식단을 각각 먹였다. 이후 식단에 따른 종양 발생과 장 줄기세포의 대사 변화를 조사했다.
케토제닉 식단을 먹은 생쥐에서는 대조 식단을 먹은 생쥐보다 소장 종양이 더 자주 발생했다. 이 생쥐들은 비만해지지 않았지만, 소장 종양 발생률은 고지방 고열량 식단을 먹은 생쥐와 비슷하거나 일부에서는 더 높았다. 반면 대장에서는 케토제닉 식단이 종양 형성을 억제했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소장 종양의 증가가 케톤체 자체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원인은 장 줄기세포가 많은 양의 지방을 처리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에 있었다.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지방산 산화’ 경로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PPAR이라는 단백질군이 활성화됐고, 줄기세포가 더 빠르게 분열했다. 세포 분열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빈도 또한 늘어난 것이다.
줄기세포의 활발한 증식은 손상된 장 내벽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나친 증식은 종양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마즈 부교수는 “줄기세포가 많으면 소장이 손상됐을 때 더 잘 회복할 수 있지만, 활동성이 높은 줄기세포가 많아지면 종양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에서 종양이 줄어든 결과는 앞선 연구와 일치했지만,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달랐다. 이번 실험에서는 대장의 종양 억제 효과 역시 케톤체 자체가 아닌 지방 대사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케톤 보충제나 음료만으로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소장과 대장의 변화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번 결과는 장암 발생 소인이 있는 생쥐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같은 식단이라도 조직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화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마즈 부교수는 “한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이 다른 조직에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소장과 대장이 같은 식단에 정반대로 반응하는 이유를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