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혈압이 높던 61세 남성은 최근 다리가 퉁퉁 붓는 증상으로 지역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평소 고혈압치료제 중 널리 쓰이는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의 약물인 암로디핀(성분명)을 복용했다. 환자는 이 혈압약이 부작용으로 다리 부종(하지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다리가 붓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다리 부기가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자, 인근 병원을 찾아 복부 비조영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윗배에 큼직한 고형 종괴(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고, 양측 폐에서도 작은 결절(혹)이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이후 정밀 검사를 위해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간의 앞쪽 표면에서 비롯돼 간을 복벽에 고정해 주는 ‘간 낫 인대’를 뒷쪽으로 밀어내는 종괴가 발견됐다. 간 낫 인대(간 겸상인대)는 간과 앞쪽 복벽·가로막(횡격막)을 연결하는 복막의 낫(또는 초승달)처럼 생긴 얇은 주름이다.
의료진은 처음에는 소장에 생기는 위장관 기질성 종양(GIST)을 의심해 개복술로 종양을 깨끗이 잘라냈다. 하지만 떼어낸 조직을 정밀 검사한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 종양의 정체는 ‘간 낫 인대’에서 발생한 악성 '고립성 섬유종(SFT)'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 후 6개월 만에 시행한 추적 관찰 CT에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배 속에는 다행히 재발 흔적이 없었지만, 처음에 발견됐던 폐 결절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고 새로운 결절도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쇄골상부, 폐문부, 대동맥 주위 등 온몸의 림프절까지 비대해져 있었다. 환자는 평소 고혈압(일본 기준 140/80mmHg 초과) 외 기관지천식과 비만(체질량지수 30.5kg/m²)도 앓고 있었다.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정밀 양전자단층촬영(PET-CT)과 림프절 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 혈행성 및 림프관을 통해 폐와 림프절로 원격 전이된 고립성섬유종으로 최종 확진됐다. 이 환자는 수술 후 13개월 만에 본격적인 전신 치료를 위해 전문 암 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이어갔다.
일본 쇼와의대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연구팀은 연구 결과(A Case of Malignant Solitary Fibrous Tumor of the Hepatic Falciform Ligament)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전 세계 임상 연구와 의학 문헌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암로디핀을 복용하는 환자의 약 5∼15%(최대 10∼30%)가 발목, 발, 종아리 등이 퉁퉁 붓는 말초 부종을 겪는다. 암로디핀 부종은 이처럼 매우 흔하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환자와 의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가운데,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의 암로디핀 단일제 및 이를 포함한 복합제는 동네 의원부터 대형 병원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1차 치료약이다. 그런 만큼 이 약의 흔한 부작용인 ‘발목이나 다리 부종’을 주변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사례는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흔한 증상 뒤에 희귀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 남성처럼 단순한 부작용으로 생각해 방치할 경우, 몸속에 숨어 있는 희귀 암이나 심각한 내과적 질환의 신호를 놓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리 등 부위의 부기가 빠지지 않고 계속되거나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정밀 검사로 근본 원인을 밝혀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립성섬유종(SFT)은 원래 섬유모세포에서 비롯된 중간엽성 종양이다. 주로 흉부(흉막)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복부나 골반 등 신체 어느 곳에서나 생길 수 있다. 수막 외 SFT의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00만 명당 약 6.1명으로 환자가 썩 많지 않다. 하지만 무슨 병이든 자신에게 닥치면 절박한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SFT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양성 경과를 보인다. 일부는 수술 후 수년이 지나도 국소 재발이나 원격 전이를 일으킨다.
특히 이번 연구는 간을 복벽에 고정해 주는 얇은 복막 구조물인 ‘간 낫 인대’에서 발생한 고립성섬유종 가운데 원격 전이가 확인된 세계 첫 사례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기존에 보고된 간의 낫 인대 고립성섬유종은 모두 전이가 없었으나, 이번 환자는 조직학적 위험도가 중간 단계였는데도 폐와 림프절 전이를 보였다.
암 전문가들에 의하면 SFT 진단의 핵심 지표인 CD34 단백질의 발현이 소실되거나, 드물게 사이토케라틴 양성 반응이 겹칠 경우 조직학적 점수가 낮아도 공격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희귀 연조직 종양은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이가 가장 흔히 발생하는 폐 등을 중심으로 더 철저하고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립성섬유종(단독섬유종)은 어떤 병인가요?
A1. 주로 흉부나 복부 등에서 발생하는 드문 중간엽성 종양으로, 대부분 양성이지만 일부는 수술 후에도 재발이나 원격 전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Q2. 간 낫 모양 인대에서 생긴 종양도 간암인가요?
A2. 아닙니다. 간을 복벽에 고정해 주는 주변 구조물인 낫 모양 인대의 섬유모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이므로, 일반적인 간세포암(간암)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Q3. 수술을 잘 마쳤더라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A3. 이번 사례처럼 조직학적 위험도가 아주 높아 보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 폐나 림프절 등으로 원격 전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치 판정 후에도 꾸준히 추적 관찰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