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3일 (토)

소변 한 번으로 전이 안 된 방광암 95% 포착⋯재발 신호까지 읽었다

스탠퍼드 연구진, 515명서 소변 683개 분석⋯기존 소변세포검사 검출률 34.4%, 치료 뒤 재발 신호도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소변 검체를 분석하는 모습.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소변 속 RNA를 분석해 방광암과 재발 신호를 찾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광암 환자는 치료 뒤에도 암이 다시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요도로 내시경을 넣어 방광 안을 보는 ‘방광경 검사’를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검사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열렸다.

소변 속 RNA를 분석해 방광암을 찾고, 치료 뒤 남은 암 신호와 면역치료 반응까지 가늠하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와 재향군인회 팔로알토 헬스케어시스템 연구진은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소변에 섞여 있는 RNA 조각인 ‘세포유리RNA(cell-free RNA·cfRNA)’를 분석하는 ‘uRARE-seq’ 검사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연구진은 환자와 대조군 515명에게서 얻은 소변 검체 683개를 분석했다.

DNA 대신 RNA 분석⋯암세포가 현재 쓰는 유전자까지 본다

혈액이나 소변 같은 체액에서 암의 흔적을 찾는 ‘액체생검’은 주로 암세포에서 나온 DNA의 돌연변이를 분석한다. 이번 연구는 소변 속 RNA에 주목했다.

소변 DNA 검사가 주로 암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찾는다면, RNA를 분석하면 암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유전자 활동 패턴을 분석해 방광암 신호를 찾아냈다.

치료 전 소변을 분석한 결과, 특이도를 90%로 맞췄을 때 민감도는 95%였다. 특이도는 암이 없는 사람을 음성으로 가려내는 비율, 민감도는 실제 암 환자를 찾아내는 비율이다. 암이 없는 사람 100명 가운데 90명을 제대로 걸러내면서 암 환자 100명 가운데 약 95명을 찾아낸 셈이다.

이 수치는 치료 전 환자에게서 확인한 성능이다. 치료 뒤 재발 여부는 별도의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살폈다.

기존 소변검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했다. 두 검사를 모두 시행한 치료 전 검체 93개에서 uRARE-seq는 방광암 89건, 95.7%를 찾아냈다. 현미경으로 소변 속 암세포를 확인하는 소변세포검사는 32건, 34.4%를 검출했다.

특히 암세포의 모양과 성질이 비교적 정상세포에 가깝고 공격성이 낮은 ‘저등급 Ta 방광암’에서는 격차가 컸다. Ta는 암이 방광의 가장 안쪽 점막에 머물러 있는 단계다. 소변세포검사는 한 건도 잡지 못했지만 uRARE-seq는 31건 가운데 28건을 찾아냈다.

소변 DNA 검사와 비교해도 uRARE-seq가 더 많은 암을 찾아냈다. 다만 종양 조직의 돌연변이를 먼저 확인한 뒤 이를 소변에서 추적하는 맞춤형 DNA 검사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정상 방광 점막에 생긴 돌연변이가 DNA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RNA 분석은 이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설명했다.

소변 검체와 시험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등급 재발 환자 92%서 BCG 뒤에도 암 RNA 검출

연구진은 치료 뒤 소변에 남은 암 신호가 재발과 이어지는지도 살폈다.

중간·고위험 비근침윤성 방광암 환자 36명의 소변을 수술 전과 BCG 치료 전, BCG를 처음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유도요법 뒤 첫 추적검사 때 분석했다.

BCG 치료는 결핵 예방백신에 쓰는 약독화 균을 방광 안에 넣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유도요법은 BCG를 처음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치료를 뜻한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암이 방광 근육층까지 깊게 파고들지 않은 단계다.

암이 재발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첫 추적검사에서 방광암 관련 RNA 신호가 모두 사라졌다. 반면 암세포의 모양과 성질이 정상세포와 많이 달라 공격성이 높은 ‘고등급 암’이 재발한 환자의 92%에서는 이 시점에도 암 관련 RNA가 검출됐다.

치료 전 RNA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BCG에 잘 반응한 환자는 암세포 공격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 관련 신호가 두드러졌다. 반응하지 않은 환자는 암세포 증식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이 더 강했다.

이 RNA 신호를 이용해 만든 BCG 반응 예측모델의 판별 성능(AUC)은 0.93이었다. 다만 환자 19명의 자료로 만든 모델이어서 더 큰 환자군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별도의 BCG 치료 환자 57명에서는 예측점수가 높을수록 재발 위험이 낮았다. 반면 방광 내 화학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38명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재발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앞으로 RNA 정보를 환자별 치료 선택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직 연구 단계⋯더 큰 임상시험 필요

uRARE-seq는 아직 연구 단계로 승인되거나 상용화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도 스탠퍼드와 인근 VA 팔로알토 두 기관에서 진행됐다.

치료 전 진단과 치료 뒤 재발 확인, 환자별 치료 선택에 실제로 활용하려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도 여러 병원에서 더 많은 환자를 추적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성능과 실제 진료에서의 유용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1저자 케빈 류 등 일부 연구자는 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세운 스탠퍼드대 스핀오프 기업 ‘레세로 바이오(Resero Bio)’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연구자들은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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