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카락을 염색한 뒤 가려움을 호소한 60대 남성이 이틀 후 두 차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례가 보고됐다. 남성은 얼굴이 심하게 붓고 수액을 맞아도 혈압이 계속 떨어졌다. 의료진은 염색약 노출과 관련해 발생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판단했다.
해당 사례는 국제학술지 《인도사례보고서저널(Indi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Cosmetic catastrophe: A case report of delayed anaphylactic shocklikely following hair dye exposure’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메스꺼움 느낀 뒤 3분간 실신…얼마 지나지 않아 또 쓰러져
환자는 인도에 사는 61세 남성으로, 갑자기 정신을 잃은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쓰러지기 직전 메스꺼움을 느꼈으며, 처음 약 3분간 정신을 잃은 뒤 또 다시 약 2분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한쪽 눈 주변도 부어 있었다.
가족에 따르면 남성이 실신해 있는 동안 팔다리를 떠는 경련이나 요실금 등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의식을 되찾은 뒤 혼미해지는 증상도 없었다. 의료진은 이러한 점을 토대로 뇌전증 발작 가능성을 살폈다.
남성에게 심장질환 병력이 있었던 만큼 뇌나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함께 조사했다. 하지만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뇌파검사에서는 실신의 원인이 될 만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혈압은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의료진은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감염과 심근경색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검사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한쪽 눈 주변의 부기는 반대쪽 눈과 얼굴 전체로 퍼졌다. 수액을 투여해도 혈압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실신 이틀 전 염색…두피·목·얼굴 가려워 항히스타민제 복용
의료진은 증상 발생 전 행동을 자세히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쓰러지기 이틀 전 염색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자에 따르면 염색 후 두피와 목, 얼굴이 가렵기 시작했고 이에 이틀 동안 자신의 판단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했다. 염색 후 매일 2~3시간씩 햇빛을 받으며 야외 활동을 했다고도 말했다.
의료진은 염색약 사용 후 가려움이 시작됐고 얼굴 부종이 빠르게 번진 데다, 혈압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종합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진단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노출된 뒤 전신에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두드러기와 부종뿐 아니라 호흡곤란, 복통, 구토, 어지럼증,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에피네프린 정맥 투여 16시간…사흘 만에 혈압 안정
의료진은 진단 후 아나필락시스 치료에 사용되는 에피네프린과 함께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 혈압을 높이기 위한 수액 치료도 시행했다. 그럼에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게 유지되자 약 16시간 동안 정맥으로 에피네프린을 지속 투여했다. 치료 사흘째 남성의 혈압이 안정됐고 얼굴 부종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남성은 이후 일반병실로 옮겨져 5일간 추가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의료진은 같은 염색약이나 관련 성분에 다시 노출되면 유사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피부과 진료를 받도록 했다.
염색약 알레르기 대부분 피부 증상, 드물게 전신 반응
염색약 알레르기는 일반적으로 염색약이 닿은 두피와 얼굴, 목 주변에 가려움이나 발적, 부종, 물집 등이 생기는 접촉피부염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드물게 얼굴 전체가 붓거나 기도가 좁아지고 혈압이 떨어지는 심각한 전신 반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의료진은 해당 사례 남성의 경우 염색 후 처음 나타난 가려움이 초기의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이었고, 이후 더 심한 전신 반응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알레르기 반응이 가라앉은 뒤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이상성 아나필락시스’일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증상의 진행 과정만으로 이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염색 후 장기간 햇빛에 노출된 것이 피부 반응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염색약에 흔히 사용되는 파라페닐렌디아민(para-phenylenediamine, PPD)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외선 노출이 PPD에 대한 피부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환자에게 실제로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정확한 염색약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염색할 때마다 48시간 전 패치테스트 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내 염색약 사용상 주의사항에 따르면, 과거 같은 제품을 문제없이 사용했더라도 염색할 때마다 48시간 전에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
먼저 팔 안쪽이나 귀 뒤쪽 피부를 깨끗이 씻은 뒤, 설명서에 따라 혼합한 염색약을 동전 크기로 얇게 바르고 자연 건조시킨다. 이후 해당 부위를 씻거나 덮지 않은 상태로 두고, 바른 지 30분과 48시간 뒤에 발진·발적·가려움·물집·부기 등이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이상 반응이 생기면 즉시 씻어내고 염색해서는 안 된다.
염색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사용을 중단하고 충분히 씻어내야 하며, 호흡곤란이나 어지럼증, 전신 두드러기와 같은 증상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염색약 알레르기는 염색 직후에만 나타나나요?
A. 아니다. 염색 직후 나타날 수도 있지만 몇 시간에서 며칠 뒤 가려움, 발진, 얼굴 부종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염색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사용한 제품과 증상 발생 시점을 확인하고 진료받는 것이 좋다.
Q2. 이전에 문제없이 사용한 염색약도 패치테스트를 해야 하나요?
A. 그렇다. 같은 제품을 과거에 문제없이 사용했더라도 이후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사용상 주의사항에 따라 염색할 때마다 48시간 전에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
Q3. 염색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A. 입술·혀·목이 붓거나 숨쉬기 힘든 증상, 심한 어지럼증, 식은땀, 전신 두드러기, 의식 저하나 실신 등이 나타나면 아나필락시스일 수 있다.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